환생자 추대 기존 방식 유지 시 중국 정부 '악용' 우려한 듯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14세(83)는 5일 자신의 후계자는 티베트인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모든 생물이 윤회 환생한다고 믿는다.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간주되는 달라이 라마는 사후 환생하는 소년을 찾아내 후계자로 삼는 전통이 수백년간 이어져 왔다.

이런 전통을 유지할 경우 티베트 망명정부를 적대시하는 중국 정부가 마음대로 후계자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달 중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 달라이 라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아사히(朝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빠르면 이달 말 다람살라에서 시작될 고승회의에서 자신의 후계자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달라이 라마 제도는 낡은 제도"라고 지적하고 "나는 민주주의 신봉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달라이 라마)제도를 존속시킬지 여부는 티베트인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로마 교황을 추기경 등이 선출하는 것과 같은 제도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후계자 선출에 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은 중국 정부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아사히는 풀이했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후계자를 선출하거나 현행 윤회환생에 따른 제도를 계속하는 방법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게 티베트인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에 전립선암이 발견됐으나 방사선 치료로 완치됐다"는 사실도 밝혔다.

아사히는 후계자 논의를 시작하는 배경에는 그의 건강문제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달라이 라마 "후계자 선출 민주적으로…교황 선출방식도 가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