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최악의 상황 대비해야"
미국 기상청장 "태풍 예보 빗나가 실망했다니…이해할 수 없어"
"태풍 예보가 빗나가 피해가 적어서 국민이 실망했다고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 루이스 우첼리니 청장은 지난달 31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제6차 한·미 기상협력회의'를 가진 뒤 열린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지난여름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했을 때 상황을 전해 듣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첼리니 청장은 "예보가 맞지 않으면 국민 신뢰도가 떨어진다"면서도 "만약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았는데 큰 태풍이 오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솔릭'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할 당시 한국 기상청은 이 태풍이 우리나라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후 태풍의 강도가 약해지고 실제 진로는 예상보다 남쪽으로 향하면서 실제 영향은 크지 않았다.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기상청의 부정확한 예보로 직장과 학교가 불필요하게 휴업·휴교하는 등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미국 기상청장 "태풍 예보 빗나가 실망했다니…이해할 수 없어"
우첼리니 청장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다음 최선의 결과가 오면 좋은 것"이라며 "기상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은 그렇게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의 반응이) 미국에서 허리케인 강도가 셀 거라고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때 여론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며 "그런 경우 미국 기상청은 비난받지 않는다.

재난이 발생하면 어떤 위험이 닥칠 수 있는지 국민은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첼리니 청장은 이번이 5번째 한국 방문이다.

방한해 한국 기상청과 협업할 때마다 발전상에 놀란다고 했다.

특히 올해 12월 한국의 차세대 기상위성 천리안2A호가 발사되면 날씨 예보가 한층 정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위스콘신대 기상 관련 학과에서 같이 공부한 한국 학생들을 세월이 흘러 이번에 다시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1970∼1980년대부터 이렇게 훌륭한 인적 자원을 외국으로 보내는 등 많은 투자를 한 결과 기상 업무가 크게 발전한 것 같다"며 "예보관들이 국민 생명을 살리고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 예보관들을 향해서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한 번의 성공이나 실패에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미국 기상청장 "태풍 예보 빗나가 실망했다니…이해할 수 없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