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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산업과 시장 현실 눈감은 '주술경제'로 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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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곳곳이 온통 빨간불이고, 산업마다 비상벨 소리가 요란하다.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위기 징후는 더 짙어졌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해 경기하강 본격화를 시사했다. 설비투자만 일부 반도체설비 증설로 전달보다 증가세(2.9%)로 반전했을 뿐, 생산(-1.3%)과 소비(-2.2%)가 동반 뒷걸음이다. 1년 전과 비교해 모든 경제지표가 나빠져 심각성을 더한다.

    그나마 기업 실적이 호조인 듯 보였지만 속빈 강정이다. 30대 그룹의 상반기 매출(전년 동기 대비)이 4.8%, 영업이익은 31.2%, 투자는 34.4% 각각 늘었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매출이 0.7% 증가에 그쳤고 영업이익(-16.3%)과 투자(-20.5%)는 되레 급감했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핵심 업종들의 부진이 반도체 호황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직전에도 마치 전조(前兆)처럼 ‘반도체 착시’ 현상이 불거졌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어제 D램 가격 급락 소식은 불안심리를 자극한다.

    시장은 이런 전환기에 더 예민해진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이 무너지고, 코스닥 10월 하락률이 세계 1위인 것은 향후 기대심리가 확 꺾였다는 신호다. 남북관계 해빙에도 외국인이 매도 일변도인 걸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이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경제전망에 기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자들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는 이상 없다”는 익숙하면서도 공허한 수사를 되풀이한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경제위기를 조장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거시경제의 펀더멘털보다 미시적인 위기 징후를 예의주시해야 할 텐데, 국민 모두가 걱정하는 것을 정부만 외면하고 있다. 위기 불감증인지, 현실 부정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정부의 경제 리더십도, 경제활력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도 안 보인다. 4개월 만에 열릴 예정인 이달 대통령 주재 경제관련 회의 주제가 갑질 근절, 재벌 개혁이라고 한다. 경제 곳곳이 무너져 내리는데 경제민주화라는 주문(呪文)을 외우면 살아날까. 경제·산업·시장의 현실에 눈감고 귀 막으면 ‘주술경제’와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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