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중진 연석회의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해묵은 갈등이 또다시 표출됐다.

친박계 의원인 홍문종 의원은 31일 열린 비대위·중진 연석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 등 복당파를 겨냥해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선 당을 저주하고 당에다 침 뱉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홍 의원은 “이런 사람들이 반성하지 않고 마치 개선장군처럼 당에 와서 좌지우지하면 당과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전원책 변호사 등 전국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을 주도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향해서도 “누가 칼질을 하라는 특권을 줬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탄핵을 받았나. 탄핵 백서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범친박계로 통하는 정우택 의원은 “비대위가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비대위 체제는 한시적 기구라는 인식이 있어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며 조속한 전당대회 개최를 주문했다. 친박계는 아니지만 잔류파 중진인 신상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가 보수 재건에 중요한 가을을 허송세월로 보내고 있다”며 “비대위는 조기 전당대회 준비를 마치고 하루빨리 종결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비박 성향 의원들은 비대위 지원사격에 나섰다. 복당파는 아니지만 비박계에 가까운 정진석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2년이 됐는데 탄핵 백서를 만드는 건 시의적절하지 않다”며 “국민이 탄핵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 갈등하는 것을 바라겠느냐”고 꼬집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