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브라질 채권과 펀드 수익률이 급반등하고 있다. 브라질 채권은 지난 8월 말 연수익률이 -20%까지 떨어졌다가 한 달 반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시장 친화적인 보우소나루의 당선으로 고질적인 재정적자 문제가 풀릴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며 여전히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親시장파' 당선에…브라질 채권·펀드 수익률 급반등
◆좌파 탈락에 시장 안도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브라질 채권 투자 잔액은 7조8390억원(8월 말 기준)에 이른다. 지난해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7개 증권사에서 4조1885억원어치가 팔렸고, 올 들어서도 1조500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연 10%의 이자, 브라질과의 협정에 따른 비과세 혜택 등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몰렸다. 2016년 연 71%의 고수익을 낸 경험이 있는 점도 과거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들였다.

하지만 브라질 채권 수익률은 지난 8월 말 약 -20%까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속을 새카맣게 태웠다. 브라질 채권 수익률은 사실상 환율에 좌우되는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브라질 통화 가치가 사상 최저인 헤알당 266원21전(9월14일)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전은 이달 초부터 나타났다. 보우소나루가 좌파 노동자당(PT) 후보인 페르난두 아다지를 여론조사에서 앞서기 시작하자 환율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결선투표(28일)를 앞두고 벌인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가 격차를 벌리자 원·헤알 환율은 300원대로 뛰어올랐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헤알 환율은 3원50전 오른 313원48전에 마감했다. 지난달 저점 대비 17.8% 급등했다. 환차손, 이자 수익, 채권가격 하락 등을 감안했을 때 연초 대비 브라질 채권 수익률은 3~4%로 플러스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혜경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우소나루 당선자는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 국영기업 민영화, 부패 척결 등을 주장해 금융시장의 기대가 크다”며 “장기간 이어진 정치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 주식형펀드 수익률도 급반등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에서 운용 중인 설정액 10억원 이상 주식형펀드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지난 25일 기준 브라질 펀드 10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8.79%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는 평균 8.83% 손실을 냈다.

◆“수익률 급등락 가능성 유의해야”

올 들어 전문가들은 브라질 채권·펀드 투자에 대해 “대선 전후로 분할 매수하라”고 입을 모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 들어가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근 의견을 바꿨다. 브라질 통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됐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브라질 헤알화와 증시가 급반등한 것은 그동안 낙폭이 과도했던 영향이 있다”며 “현재 브라질 경제를 둘러싼 상황을 감안할 때 2016년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판단하는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인 ‘BB-’다.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자산이란 의미다. 신 센터장은 “브라질 채권은 언제든 단기에 수익률이 급등, 급락할 수 있는 상품임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브라질 탐방을 다녀온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결선 투표 결과가 시장에 선반영됐고 새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불명확한 만큼 선거 이후 헤알화 추가 강세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원·헤알 환율은 연말까지 320원 내외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