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호실적과 경기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증시는 불안불안한 ‘기(奇)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투자자가 ‘경기 꼭지론’에 향후 실적과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정규장 마감 직후 3분기 주당순이익(EPS)을 5.75달러로 발표했다. 예상치 3.14달러를 크게 넘었고, 작년 동기의 10배 수준이다. 3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29% 늘어난 566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간외 시장에서 아마존 주가는 한때 9% 하락했다.

美 경제지표·기업실적 환상적인데…증시는 '불안불안' 왜?
3분기 매출이 시장 기대치(571억달러)에 못 미쳤고, 4분기 매출 전망(665억~725억달러) 역시 예상치(738억달러)에 크게 미달했기 때문이다. 통상 4분기는 홀리데이 시즌으로 아마존 매출은 매년 30% 이상 급증해왔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불확실성은 항상 존재하고, 가장 중요한 4분기를 실망스럽게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도 이날 3분기 EPS가 13.06달러라고 발표했다. 시장 기대치(10.42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매출은 337억4000만달러로 예상치(340억5000만달러)에 미달했다. 루스 포랏 CFO는 “매출은 전년보다 21% 늘었지만 달러 강세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에서 한때 6% 넘게 떨어졌다.

이날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1.63% 오르고 나스닥은 2.95% 급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트위터, 테슬라 등이 모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공개해서다.

아마존과 알파벳도 7.0%와 4.4% 각각 올랐다. 하지만 장 마감 뒤 아마존과 알파벳의 폭락으로 다우와 나스닥 선물지수가 1% 안팎 내리는 등 최근 몇 주간 이어온 불안한 형세를 이어갔다.

경제지표는 여전히 좋다. 미국은 3분기에도 3.5% 성장을 기록했다. 2분기 4.2%보다는 낮지만 1년 전 예상했던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25일 발표된 9월 내구재수주 실적이 전월 대비 0.8% 증가했다. 예상치는 1.7% 감소였다. 방위산업을 제외한 내구재 주문은 0.6% 감소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