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금융시장이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25일 증시는 급반등했지만, 시간외에서는 다시 하락하고 있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장세에 그 원인도 너무 많아서 오히려 뭐가 원인인지도 잘 모를 정도입니다.

월스트리트에서 ‘레전드’ ‘족집게’로 통하는 바이런 빈 블랙스톤 부회장(86)이 이날 시장 상황을 차분히 정리한 글을 올렸습니다. 1965년 애널리스트로 월가에 첫발을 내디딘 벌써 50년이 넘게 미국 증시를 예측하고 있는 ‘구루’입니다.

모건스탠리 수석투자전략가로 일하던 1986년부터 매년 초 ‘10 서프라이즈(올해 투자자를 놀라게 할 10가지)’라는 리포트를 발표해왔는데, 올 1월 33번째 ‘10 서프라이즈’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 유가 배럴당 80달러 돌파 △증시 10% 조정 △달러 강세 △미 중앙은행(Fed)의 네 차례 금리 인상 등을 예상했습니다. 대부분 맞아떨어졌죠.

빈 부회장의 글을 옮겨봅니다. 곱씹을 부분이 많습니다.

◆ 현 장세 평가
지난 2월 증시의 조정이 끝났을 때 충분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후 지속적으로 올랐다. 투자자들은 3% 안팎의 경제 성장률과 40년래 최저 수준인 실업률을 보면서 잘못될 게 없다는 낙관적 생각을 갖게됐다.

나는 11월 중간 선거가 끝나면 상승장을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러려면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어야했다.

이달 초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0%에서 3.23%로 급등한 것은 하락장을 촉발한 방아쇠였다. 급락의 배경에는 밸류에이션 외에도 다른 부정적 요인들이 있다. 얼마나 시장에 영향을 미칠 요인인 지 분석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분명히하자. 나는 하락장에 접어들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1년이나 그 이상 더 유지될 강세장 가운데 조정을 거치고 있을 뿐이다.

2021년 이전에 다음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심각한 하락장이 그 전에 발생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 금리 상승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 미만이었을 때, 실질 금리는 1% 미만이었고 시장은 만족하는 듯 했다. 이제 실질 금리가 1% 이상으로 오르고, 미 중앙은행(Fed)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가 성장을 저해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나의 배당금 할인 모델을 적용하면 2019년 기업들의 예상 실적과 10년물 국채 금리를 3%로 가정할 때 시장은 이제 괜찮은 밸류에이션까지 내려왔다.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이지만 전반적으로 억제돼있다. 핵심 소비자물가지수가 2.5 %를 훨씬 상회하는 걸 보기는 힘들 것이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연 2.8% 증가하고 추세다. 아마 금리는 3.5%까지 오를 수 있지만 침체를 부를 정도인 4%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임금은 인플레이션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실업률이 기록적으로 낮고 구인난이 빚어지고 있지만, 임금 압력은 인공지능(AI) 로봇 등 자동화로 인해 완만하게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

◆ 유가

국제 유가도 인플레이션 전망의 중요한 요소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대 후반까지 올랐지만, 지금부터 상승은 점진적일 수 있다.
다른 상품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내년에 올해보다는 다소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예상되지만,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진 않는다.

◆ 증시 밸류에이션

현재 S& P 500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6.5배다. 1950년대 이래 평균은 16배였지만 그 기간 10년물 금리는 평균 5.6%였고, 지금은 3.1 %다. 1950 년대 이후의 배당 세율은 53%였지만 새 세법에 따르면 지금은 24%다.
현재 명목 성장률은 7.6% 수준이며, 1950년대 이후엔 6.5%였다. 이런 상황에서 S&P 500 지수 2700은 오버밸류에이션은 아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

투자자가 생각하기에 달려있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한 해 5000억달러가 넘는 재화와 서버스를 수입하고 1300억 달러 규모를 수출해왔다.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강하게 나아가는 건 옳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경제로 성장했지만, 개발 도상국이었을 때 부여받은 관세 혜택을 지금도 누리고 있다. 미국의 기술을 맘대로 탈취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무시하고 있다.

내년엔 중국과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예상보다 심한 침체를 겪고 있으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결코 기술 및 산업 발전계획인 '중국제조2025'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그 요구만은 접어야한다.

◆ 신흥시장

올들어 미국 증시가 상승할 때 중국 증시는 계속 내렸다. 신흥시장들도 달러 강세와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증시의 펀더멘털은 강하지만 중국, 인도, 신흥 시장의 상대적 가치가 더 클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중산층이 확대되고 소비자 구매력은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몇 년간 지속된다면, 이들 시장에서 좋은 매수 기회가 생길 것이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혼란스런 뉴욕 증시, 월가 구루(Guru)의 가르침은?
◆이탈리아로 인한 유럽 위기 가능성

이탈리아의 포퓰리스트 정부는 세금 감면과 기본소득 보장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치에도 국가의 예산 적자는 겨우 2.4%에 불과하다.

10년물 이탈리아 채권의 수익률은 3.6%로 유로본드(0.52%)에 비해 높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많은 은행들은 상당한 이탈리아 채권을 갖고 있다. 대출이 부실화되면 유럽의 재정 안정은 위협받을 수 있다.

유럽에선 프랑스의 마크롱과 독일 메르켈의 정치적 리더십은 약화되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도 불투명하다. 유럽의 상황은 미국보다 좋지 않다.

그러나 나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은 유지될 것이며, 유럽은 과거에도 그랬듯 계속 혼란스러울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사태

자말 카쇼끄지 암살은 시장에 중대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같은 중동의 핵심 동맹이며, 미국은 여전히 사우디로부터 많은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모하메드 빈 살만이 이끄는 사우디와의 관계를 해칠 수 있으며 무역과 투자에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상황은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로 발전할 수도 있다.

◆ 미국의 부채

미국 경제 전반에 걸친 많은 부채는 저금리와 높은 성장으로 중요성이 감소됐었다.
지방자치체의 부채는 연금지급 의무를 포함해 4조 달러 이상에 달한다. 기업 부채는 여전히 높다. 감세와 추가 지출로 인해 미국의 재정 적자는 연간 7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로 높아지고 있다.

Fed가 단기 금리를 높이고 자산을 축소하는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금리가 계속 상승하면 시스템 내 유동성이 감소할 뿐 아니라 이자 비용도 증가한다.

Fed가 자산 축소를 통해 국채 매입을 줄이는 와중에 해외의 재무부 채권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이는 증시에 좋지않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 중 이 게 가장 중요할 수 있다. 증시 상승 동력은 기업 이익인데, 기업들이 이런 유동성 감소 영향을 극복해야한다.

◆ 신용 위기 가능성

신용 스프레드는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경보를 발동할 수준은 아니다. 정크 본드와 ‘Baa’등급 채권 스프레드는 265bp로 최근 27bp 상승했다. 2008~ 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로존 재정 위기 당시 스프레드는 500bp가 넘었다. 통상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전에 스프레드가 상승하기 시작하지만 지금은 정상에 가깝다.

◆ 기술주의 운명

어떤 시장도 리더십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기술주는 뛰어난 리더였다. FAANG 주식 즉 페이스 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알파벳)은 2014 년 이후 매년 38%의 수익률을 보여왔지만 최근 하락폭이 컸다.

지금 시점에서 기술주는 2000년 닷컴버블 때 보다 가격 수준이 합리적이다. 200%까지 치솟았던 기술주의 프리미엄은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FAANG 주식은 여전히 내년에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배런스가 무역전쟁, 공급망, 밸류에이션, 프라이버시 보호 및 규제 가능성 등을 기반으로 각 기술기업의 리스크를 평가한 결과 페이스북과 구글이 최악이고, 넷플릭스는 제일 안전했다.

◆ 알고리즘 매매의 위험성

지난 2월과 이달의 조정은 알고리즘 매매 확산으로 인한 변동성 위험을 보여줬다. 브리지워터 등에 의해 널리 알려진 리스크패리티(Risk Parity) 펀드는 관리자산(AUM) 규모가 4000억달러를 넘는다. 이 펀드는 기존의 주식 및 채권 가치가 아닌 위험을 기준으로 돈을 배분한다. 특정 자산군의 변동성이 커지면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그 자산을 팔고, 변동성이 덜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 주식 거래량의 60~90%가 알고리즘 거래다. 2004년 25%에서 급증했다. 패시브펀드는 2009년 이래로 수조 달러를 끌어모았고 지난 3분기를 기준으로 미국 주식의 47%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09 년 초 26%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런 모든 추세는 향후 변동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투자는 더 이상 실적 등 펀더멘털에 연동되기보다, 알수없는 컴퓨터 기반의 힘, 때로는 두려움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

◆ 미국 증시 전망 총평

이런 요소들을 고려할 때 상하원을 어떤 당이 장악하는 가 여부와 상관없이 11월6일 중간선거 이후에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 물론 그 전에 필요한 수정을 거쳐야한다.

하지만 기업 실적은 계속 증시를 이끌 것이고, 미국의 경제는 2019년에도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강세를 유지할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