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으로 돌아선 시장
무역전쟁·美 금리인상…내년 기업실적 잇단 하향
넷플릭스 9.4% 아마존 5.9% 알파벳 5.2% 급락
세계 최고부자 베이조스 하루 만에 9.4兆 날아가
일부선 "펀더멘털 강해…이번 하락은 흔한 조정"
◆미 경기&기업 실적 정점 지났나
이날 다우지수는 2.41%, S&P500지수는 3.09%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4.43%나 폭락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다우와 S&P500지수는 연간 기준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S&P500 종목 중 47%는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했고, 17%는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나스닥은 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해 ‘조정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3분기 실적을 발표 중인 기업들이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 중국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를 잇따라 낮춘 게 큰 영향을 줬다. 이날 AT&T는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3분기 순이익을 내놨다. 주가가 8.1% 폭락했다.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도 8.2%를 까먹었다. 라파엘 리자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분기 대부분의 제품 수요가 둔화했다”며 “시장이 둔화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술주 매도세를 촉발했다. 넷플릭스가 9.4% 급락한 것을 비롯해 아마존(5.9%), 알파벳(5.2%), 애플(3.4%)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의 보유 주식가치는 하루 만에 83억달러(약 9조4000억원)나 줄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이날 6.6%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만 12% 넘는 추락세다. 마이크론은 8.4% 떨어졌고 4분기 매출 전망치를 낮춘 AMD는 정규장에서 9.2% 하락한 뒤 시간외에선 최대 22%까지 폭락했다.
그동안 3분기 실적을 발표한 140개 S&P500 기업의 81%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공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3분기 실적은 무시했다.
Fed는 이날 베이지북에서 “미 경제가 완만한 확장을 지속했다”면서도 “제조업체들은 관세 등에 따른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경고는 경기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게다가 이날 공개된 9월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 수치는 전달보다 5.5% 감소했다. 예상치 0.6% 감소보다 크게 낮았다. 지난주 나온 9월 기존주택 판매 수치가 한 달 전보다 3.4% 줄어든 데 이은 것이다. 그동안 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금리가 5%에 달하자 주택시장이 고꾸라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왔다.
◆곳곳에 산재한 글로벌 리스크 요인들
세계 각국의 경기는 올 들어 완연한 내림세다. 지난주 나온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5%(연율 기준)로 2009년 1분기(6.4%)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의 10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2.7로 2016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과 아시아, 신흥국 등 글로벌 증시는 동반 추락세다.
미국 증시만 나홀로 고공행진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없다는 경계감이 나오고 있다. S&P500지수와 주요국 주가지수는 역사적으로 동행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 간 ‘퍼주기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 국면,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 실패 가능성,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살해 사건 등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다른 변수들까지 겹치면서 투자환경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미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해 미 증시가 소폭 조정 후 연말까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리처드 피치 뉴욕연방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고 있고 주택시장은 그냥 괜찮은 수준”이라며 “미국 경제는 잠재성장률보다 약간 높은 3% 안팎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 투자자인 케빈 올리리는 “미 경제가 더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이번 주가 하락은 흔한 조정”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