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Fed 이코노미스트가 본 미국 경기
뉴욕 증시가 무기력한 하락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꼭 최근 포스트시즌에 나간 LA다저스 타선을 보는 것 같습니다.

24일(현지시간) 장 초반 반짝했던 지수는 시간이 갈수록 낙폭을 키워 하루 중 최저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습니다. 다우는 2.41%, S&P 500 지수는 3.09% 내렸고 나스닥 지수는 기술주 폭락 속에 무려 4.43% 미끌어졌습니다. 나스닥의 경우 2011년 8월18일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입니다.

다우와 S&P 500 지수는 이날을 기점으로 올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나스닥은 지난 8월29일 사상 최고치에서 10% 이상 떨어져 조정장에 진입했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향후 실적 전망이 걱정꺼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주 기존주택판매 수치가 6개월 연속 증가율이 줄어든 데 이어 이날 나온 신규주택판매는 아예 전월 대비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미국 경기는 정말 어떤 상태일까요. 최근 뉴욕연방준비은행(Fed NY)의 리처드 피치 선임 이코노미스트(Senior Vice President & Senior Economist)을 만났습니다.
피치 박사의 말을 요약합니다.

▲(경기 사이클)

닷컴버블로 인한 2000년대 초반 침체는 마일드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7년 침체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리세션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금씩 회복되던 미 경제는 2%대 성장을 하다가 2014년 4분기 거의 4% 성장을 했다. 그런 뒤 달러가 25% 평가절상되고 유가가 100달러까지 급등하자 주춤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다시 3% 안팎으로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3%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2019년에는 약간 슬로우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 상황)

미국 경제는 사실상 완전 고용 상황에 있다. 실업률은 3.7%는 1960년대 후반과 비슷하다.
다만 노동참여율이 낮다. 노령화 등을 이유로 본다. 노동시장이 강해서 고용시장에서 이탈해 놀던 사람들을 고용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도 약간 오르고 있다. 임금이 올라간다는 뚜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증가 속도는 매우 느리다. 이유는 노동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이런 생산성 하락을 감안하면 임금 상승률은 낮은 건 아니다.

▲(물가)

물가는 Fed의 목표인 2%에 도달했다. 물가는 개인소비지출(PCE) 디플레이터를 본다. FOMC는 푸드와 에너지를 뺀 코어 PCE를 활용한다. 푸드와 에너지 물가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들 가격 등은 변동성이 너무 심해서다.

지금은 2% 안팎이다. 경제는 좋고 고용도 좋은데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코어 PCE를 보면 자동차 가구 가전 등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이건 기업들의 가격 경쟁이 심해서 가격이 크게 내려가는 건 아닌가 추정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지 않다. 물가 압력이 커진다는 증거는 그리 많이 목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계속 올려야하는 것인가하는 게 Fed 위원들의 딜레마다. 실업률은 더 내려갈 것으로 관측되는데 물가는 안정되어있다.

▲(미국 경기 침체의 신호?)

그런 거 별로 없다. 침체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를 말한다.

1. 수익률 곡선 역전=아직 역전되지는 않았다. 약간의 침체 사인이 될 수 있다.

2. 재정적자=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로부터 2018년, 2019년 회계년도에 임시적으로 확대된 예산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 회계년도, 즉 2019년 10월부터는 평상시 예산으로 돌아가서 재정 지출이 줄어들 것이다.

그게 잠재적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미 의회가 그렇지 놔두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심각한 재정 지출 감소를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

▲(주택 경기)

주택은 미국 경제에 중요한 요소다. 주거용 주택은 미국 GDP의 4% 수준을 차지한다. 하지만 임대료(렌트), 전기 가스 등 유틸리티비용 등까지 감안하면 관련 소비는 통상 GDP의 15-18%를 차지한다.

주택 재고가 낮은 수준이고, 이건 다시 주택가격을 올리고 있다. 주택 평균 가격은 2006년 금융위기 전 피크를 넘어간 상태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오버밸류되지는 않았다고 본다.

주택 공급은 지난 10년간 멀티패밀리(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설이 급증하고, 싱글패밀리 하우스는 별로 늘지 않고 있다. 이건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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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설 착공 건수는 평균 이하 수준이다. 주택 관련 위기는 공급의 문제다. 젊은 사람들이 소득으로 쉽게 살 수 있는 하우스를 찾기가 어렵다. 주택소유율은 평균 수준인 6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

기업투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공장과 설비, 지식재산권 투자가 상당하다.

하지만 인프라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이는 유통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재정적자)

재정적자는 늘어나고 있다. 의회예산국(CBO) 추산으로는 재정적자가 2025년까지는 감세 등으로 늘어나지만, 이후에는 감세로 인해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 + 개인소득세 환원 등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기에 대한 총평)

전체적으로 소비가 좋고, 기업 투자가 증가하고 있고, 정부 지출이 많고, 주택시장은 그냥 OK이다. 미국 경제는 3% 안팎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잠재성장률로 보는 것보다 약간 높다.
그래서 노동시장이 타이트하고 실업률은 낮다. 임금보상률은 높아지고 있고, 노동이 국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관세의 효과는?)

관세는 상품 가격을 높인다. 세탁기 예를 들어보자. 미국이 올 3월부터 관세를 때렸고 가격이 상승했다. 하지만 한 번 올인상된 뒤에는 조금씩 내려가서 가격이 안정화됐다.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도 관세율 10%다. 2000억달러에 대한 관세는 200억달러 수준이다. 미국의 한 해 GDP 규모 20조달러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상대적으로 영향은 중립적이다.

다만 걱정은 관세가 대부분의 상품에 적용되고 관세율도 높아진다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가 성장을 촉진하는 요소인데, 관세가 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Fed 이코노미스트가 본 미국 경기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