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교육계에선 정부가 이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80년대 ‘묻지마 인가’로 사립유치원 비중을 크게 키운 데다 2012년 무상보육 정책(누리과정)을 도입하고서도 명확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고 지원 횡령해도 처벌 어려워

사립유치원 비리, 2012년부터 '경고음' 울렸다
국내에서 사립유치원 비중이 크게 늘어난 계기는 1980년대 정부의 유아교육정책이었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1981년 전두환 정부는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을 통해 유치원 취학률을 38%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사립유치원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전국의 사설 학원과 무인가 유치원에 인가증을 내줬다. 회계 등 운영에도 개입하지 않았다. 그 결과 1980년 861개였던 사립유치원 수가 1988년 3402개로 4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2012년 누리과정 정책이 시행되면서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교육청별로 감사 주기, 감사 결과 공개 여부엔 편차가 있었다. 사립유치원은 정부에서 매년 약 2조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사립유치원에 투입된 누리과정 지원금은 10조2411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돈은 ‘보조금’이 아니라 ‘지원금’으로 분류돼 부정 사용 시에도 횡령죄를 적용하기 힘들다.

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지적이 이어지자 교육당국은 2017년 2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해 이를 유치원에 준용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 흐름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에듀파인(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적용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사립유치원들이 ‘개인사업자’에게 행정기관이 사용하는 시스템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사립유치원 4282곳 중 87.0%인 3724곳이 법인이 아니라 사인의 사업으로 운영 중이다.

◆“유아교육 공교육화하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2일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 사립유치원 학부모 10명과 간담회를 했다. 지난 11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유치원 비리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져서다. 간담회는 ‘신원이 노출되면 자녀가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학부모들의 우려와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열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 비리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국공립유치원을 늘려 유아교육을 공교육화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고 전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18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생 수는 67만5998명이다. 이 가운데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아동은 50만3628명(74.5%)으로 국공립유치원생 17만2370명(25.5%)의 3배다. 교육부는 오는 25일 당·정·청 협의를 거친 뒤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