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으로 펼친 시공간·착시 마법…세계 최정상 'NDT 1' 파격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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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획공연
단순하고 커다란 몸짓에 회전판 등 최소화한 무대 장치를 이용할 뿐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차원의 시공간이 열리고 인간의 깊숙한 내면이 펼쳐졌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세계 최정상 현대무용단 네덜란드댄스시어터(NDT) 1의 내한공연 얘기다.
NDT는 NDT 1과 NDT 2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NDT 2는 17~23세의 젊은 무용수를 육성하고, NDT 1은 이 가운데 뛰어난 예술적 기량과 개성을 인정받은 무용수를 선발해 세계무대에 세운다. NDT 1엔 세계 곳곳에서 모인 무용수 28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내한공연은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획공연의 일환으로 펼쳐졌다.
16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 이들의 공연은 환상과 파격 자체였다. 공연은 총 세 작품으로 이뤄졌다. 첫 번째 작품은 ‘세이프 애즈 하우스(Safe as Houses)’로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역경(易經)’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바흐의 다양한 음악을 접목했다. 처음엔 검은 의상을 입은 세 명의 무용수가 동작을 선보였다. 그러더니 돌연 무대 중간에 회전판이 등장했다. 회전판은 시계처럼 천천히 돌기 시작했으며, 이에 맞춰 하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한 명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회전판 앞뒤로 무용수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게 보이지 않아 마치 마법이 펼쳐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배경에 깔린 하얀 천막을 이용한 기법이었다.
회전판이 계속 움직이자 하얀 복장을 한 무용수는 8명까지 늘어났고 검은 복장의 무용수들이 다시 같이 나타났다. 이들은 회전판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밀고 밀리는 듯한 동작을 반복했다. 시간의 움직임과 힘을 이미지로 구현한 것이다. 이들이 한 명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반복되면서, 회전판 주변 공간에선 공존과 고립이 교차하는 느낌도 들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신작 ‘워크 더 디몬(Walk the Demon)’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빠르고 경쾌한 동작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서서히 신체 부위를 각각 따로 움직이는 분절된 동작을 선보이며 인간의 심리를 정교하게 표현해냈다. 한 무용수의 분열된 자아를 보여주듯 다른 무용수가 그와 그림자처럼 얽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소리도 적절하게 사용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무용수들이 거친 호흡과 육성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었다. “생큐, 헬로, 굿바이(Thank you, Hello, Goodbye”란 단어를 차례로 내뱉으며 삶과 사랑의 형태를 몸짓과 목소리에 함께 녹여내기도 했다.
세 번째 작품은 ‘스톱 모션(Stop-Motion)’으로 7명의 무용수가 발레와 결합된 현대무용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 동작들은 무대의 오른편 위쪽에 설치된 작은 스크린의 영상과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됐다. 영상에 등장한 한 여성은 관객 앞에 서 있는 듯 카메라를 빤히 응시하기도 하고, 눈물짓기도 하고, 뒷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무용수들은 이 영상 아래서 리히터의 음악에 맞춰 움직이며, 먼지처럼 흩어져버린 이별과 슬픔을 묘사해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NDT는 NDT 1과 NDT 2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NDT 2는 17~23세의 젊은 무용수를 육성하고, NDT 1은 이 가운데 뛰어난 예술적 기량과 개성을 인정받은 무용수를 선발해 세계무대에 세운다. NDT 1엔 세계 곳곳에서 모인 무용수 28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내한공연은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획공연의 일환으로 펼쳐졌다.
16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 이들의 공연은 환상과 파격 자체였다. 공연은 총 세 작품으로 이뤄졌다. 첫 번째 작품은 ‘세이프 애즈 하우스(Safe as Houses)’로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역경(易經)’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바흐의 다양한 음악을 접목했다. 처음엔 검은 의상을 입은 세 명의 무용수가 동작을 선보였다. 그러더니 돌연 무대 중간에 회전판이 등장했다. 회전판은 시계처럼 천천히 돌기 시작했으며, 이에 맞춰 하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한 명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회전판 앞뒤로 무용수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게 보이지 않아 마치 마법이 펼쳐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배경에 깔린 하얀 천막을 이용한 기법이었다.
회전판이 계속 움직이자 하얀 복장을 한 무용수는 8명까지 늘어났고 검은 복장의 무용수들이 다시 같이 나타났다. 이들은 회전판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밀고 밀리는 듯한 동작을 반복했다. 시간의 움직임과 힘을 이미지로 구현한 것이다. 이들이 한 명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반복되면서, 회전판 주변 공간에선 공존과 고립이 교차하는 느낌도 들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신작 ‘워크 더 디몬(Walk the Demon)’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빠르고 경쾌한 동작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서서히 신체 부위를 각각 따로 움직이는 분절된 동작을 선보이며 인간의 심리를 정교하게 표현해냈다. 한 무용수의 분열된 자아를 보여주듯 다른 무용수가 그와 그림자처럼 얽혀 유기적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소리도 적절하게 사용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무용수들이 거친 호흡과 육성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었다. “생큐, 헬로, 굿바이(Thank you, Hello, Goodbye”란 단어를 차례로 내뱉으며 삶과 사랑의 형태를 몸짓과 목소리에 함께 녹여내기도 했다.
세 번째 작품은 ‘스톱 모션(Stop-Motion)’으로 7명의 무용수가 발레와 결합된 현대무용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 동작들은 무대의 오른편 위쪽에 설치된 작은 스크린의 영상과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됐다. 영상에 등장한 한 여성은 관객 앞에 서 있는 듯 카메라를 빤히 응시하기도 하고, 눈물짓기도 하고, 뒷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무용수들은 이 영상 아래서 리히터의 음악에 맞춰 움직이며, 먼지처럼 흩어져버린 이별과 슬픔을 묘사해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