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18~2019년 경제전망’에는 한국 경제에 대해 한층 어두워진 시각이 곳곳에 담겼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6년 만에 최저…잠재성장률 밑돌아
한은은 우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발표 당시의 2.9%보다 0.2%포인트 낮은 2.7%로 하향 조정했다. 2012년(2.3%)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2년은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흔들렸던 때다.

2.7%는 한국의 잠재성장률(2.8~2.9%)을 밑도는 수치기도 하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진 생산 요소를 모두 투입해 물가 상승 등 부작용 없이 낼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통상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떨어지면 불황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한은은 “2.7%면 잠재성장률과 0.1%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아 견실한 성장세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저성장 기조가 심해지는 신호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 모멘텀이 보이지 않아 잠재성장률 자체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성장률 하향의 주된 이유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확대를 들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강도가 세지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무역 여건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은은 이번 전망에서 설비투자 증가율을 -0.3%로 제시했다. 지난 7월 전망치 발표 때는 1.2% 증가할 것으로 봤다. 건설투자는 7월 0.5% 감소할 것으로 봤지만 이번 전망에선 감소폭이 2.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종에서 올해 하기로 했던 투자를 내년 이후로 미루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고용도 부정적인 전망이 더 커졌다. 한은은 올해 1월엔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작년보다 30만 명 늘 것으로 예상했는데 4월엔 26만 명, 7월 18만 명으로 줄었고 이번엔 9만 명으로 예상했다. 당초 예상치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 업황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숙박, 도소매 등 서비스업에도 악영향을 줬고 올여름 폭염 역시 고용 부진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민간소비(2.7%)와 수출(3.5%) 증가율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은 2.7%로 예상했다. 올해보다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인데 지금 추세면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