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최고경영자(CEO)는 독선적인 슈퍼히어로다.’ ‘CEO가 되려면 나무랄 데 없는 이력을 갖춰야 한다.’ ‘CEO는 크게 성공할 운명을 타고났다.’ ‘CEO는 똑똑할수록 좋다.’

[책마을] CEO 2600명 분석해보니…그들도 보통사람이더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적인 CEO의 모습은 완벽한 스펙을 갖춘 카리스마와 자신감의 소유자다. 많은 사람이 자신은 CEO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더십 컨설팅회사 지에이치스마트의 엘레나 보텔로와 킴 파월 등이 쓴 《이웃집 CEO》는 성공한 CEO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기업 리더 2600여 명의 행동 분석을 통해 살펴본다. 일명 ‘CEO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적인 CEO의 진정한 모습에 관한 사실과 허구를 가려낸다.

저자들이 인터뷰한 CEO 중 70% 이상은 처음부터 CEO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체로 15년 이상 경험을 쌓고 최고경영진에 합류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뒤에야 CEO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한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자는 7%에 불과했고 8%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거나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졸업했다. 45%는 경력을 쌓아가면서 한 번 이상 크게 실패했으며, 3분의 1 이상은 자신이 내성적이라고 밝혔다.

이 책은 더 나아가 보통사람들이 CEO 자리에 도달할 수 있는 지도를 제공한다. 저자들은 성공한 CEO의 특징을 과단성, 영향력 확대를 위한 관계 형성, 엄격한 신뢰성, 주도적 적응 등 4가지로 요약한다. 과단성 있는 CEO가 높은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CEO보다 열두 배 크다고 썼다. 미국 버스회사 그레이하운드의 스티브 고먼 CEO는 취임하자마자 수익성 없는 노선을 과감히 없애고 고수익 교통망 중심으로 재편했다. 몰락해가는 회사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있더라도 결정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년간 1억달러 이상 적자를 낸 회사를 맡아 4년 만에 3000만달러 흑자로 돌려놨다.

성공적인 CEO는 호감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한다. 글로벌 제약회사 셰링플라우와 바슈롬을 경영했던 프레드 하산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내성적 성격이 이해관계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저자들은 이사회가 CEO를 결정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선택받을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강한 억양을 사용하는 후보자가 CEO로 채용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후보자의 12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CEO가 된 이후 지위에 따른 도전과 정신을 분산시키는 특전 사이에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방법을 제시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