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949년 건국 이후 한국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문·이과를 구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짜고 대학입시를 치러왔다. 하지만 2014년 중국 정부의 대학입시 제도 개혁 방안이 발표된 이후 문과와 이과 구분을 없앤 제도가 점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당장 상하이와 저장성이 2014년부터 시범 시행해 지난해 전면 시행 단계에 들어갔다. 베이징과 톈진은 2020년, 광저우와 선전은 2021년부터 전면 시행되며 2022년에는 중국 전체에서 문·이과 구분이 사라진다.

◆새 대학입시, 어떻게

정책 발표 당시 중국 정부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60년 이상 시행된 입시 제도로는 변화하는 시대의 필요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기 어려워서라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상하이 입시 컨설팅업체 징차이시우예 관계자는 “기존 교육 시스템에서는 문과형과 이과형 인재만 길러냈다”며 “사회 및 경제의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교육하기에는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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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행되는 입시 제도는 ‘3+3’으로 요약된다. 언어(국어), 영어, 수학 등 필수과목 세 개에 선택과목 세 개가 추가되는 형태다. 학생들은 역사, 지리, 정치, 물리, 화학, 생물 등 6개 과목 중 세 개를 선택할 수 있다. 톈진 등 지역에 따라서는 기술이 추가돼 7개 과목 중 세 개를 선택한다. 기존 제도에서 문과는 역사 지리 정치, 이과는 물리 화학 생물을 공부해야 했다. 문과형과 이과형이 따로 있었던 수학도 이과형으로 통합됐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과목 조합은 20가지까지 늘어난다. 단순히 문과와 이과만 있었던 때와 비교해 10배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입시에서도 개별 학과가 그에 맞는 과목을 공부한 학생을 선택한다. 2020년 입시요강을 발표한 톈진 이공대는 기계학과가 물리 화학 기술, 제약학과는 화학 생물을 선택과목으로 공부한 학생을 뽑겠다고 밝혔다. 고등학교의 선택과목이 대학 전공, 나아가 직업 선택까지 결정하는 구조다. 과목 선택은 대학입시 전까지 언제든 바꿀 수 있지만 자주 바꾸면 그만큼 해당 과목을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다. 대부분 고등학교 1학년 말까지는 과목 선택을 마친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선택이 인생 진로를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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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교육도 앞서나간다”

지난 4월 중국 교육부는 눈길을 끄는 교과서를 전국 40개 고등학교에 배포하고 시장에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용 인공지능(AI)의 기초’라는 제목으로 상하이의 화둥사범대와 AI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센스타임이 공동으로 발간했다. 이는 국무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의 연장선이다. 해당 계획을 통해 중국 정부는 AI 관련 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역시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문·이과 통합과 마찬가지로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다. AI 기술을 경제 사회 경영 법률 등 폭넓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컴퓨터 과학과 수학은 물론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법률학 등과 융합된 AI 교육과정을 대학에 개설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문·이과 통합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교육과정과 평가방식이 엇박자를 내서다.

올해 고1부터 적용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목표는 ‘문·이과 통합’이다.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고1 학생이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을 배우게 됐다. 하지만 새 교육과정에 맞는 2021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이 대학수학능력평가 절대평가화 논란 끝에 1년 유예되면서 현재 고1 학생들은 문·이과 칸막이가 여전한 수능을 치르게 됐다.

선전=노경목 특파원/구은서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