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터미널 눈물바다…대원들 유족, 흰 천 덮인 관 보자 일제히 통곡
김창호 대장 모교 서울시립대에 합동분향소…19일 오후 영결식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山群)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대원들을 시신이 17일 한국에 도착했다.

김창호 대장과 유영직(장비 담당), 이재훈(식량·의료 담당), 임일진(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정준모(한국산악회 이사) 등 5명의 시신을 싣고 네팔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국제공항을 출발한 KE696편은 이날 오전 5시 7분께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대원들의 시신은 오전 5시 25분께 비행기에서 내린 뒤 대한항공 화물터미널로 옮겨졌다.

대원들의 귀환을 기다리는 화물터미널에는 비통한 분위기가 흘렀다.

새벽 일찍 화물터미널에 나온 일부 유족들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고개를 파묻고 애써 울음을 삼켰다.

대원들의 시신은 검역·통관 과정을 거친 뒤 오전 6시 23분께부터 화물터미널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흰 천에 덮인 관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화물터미널 앞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불쌍해서 어쩌누", "우린 어떡하라고" 유족들은 일제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일부 유족들은 운구차로 옮겨지는 관을 붙잡고 오열했으며 이 때문에 운구 행렬이 잠시 멈추기도 했다.

이를 바라보는 산악회 관계자들은 솟구치는 눈물을 참느라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또 유족들은 서로 껴안고 등을 토닥이며 격려하기도 했다.

장례위원장이자 사고 수습을 담당한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은 "그들이 산을 타며 이룬 기여와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하며 온 산악인들이 애도하는 분위기"라며 "살아있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무슨 말이 있겠느냐.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히말라야에서 그들은 다시 등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 회장은 사고 원인과 관련 "등반 사고 중 돌풍으로 인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며 "웬만한 유품은 다 들어왔고, 등산 장비 등 네팔에 있는 나머지 장비들은 수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큐멘터리 감독인 임일진 씨가 남긴 필름을 확보했는지 묻자 "등산 시작 시점에서부터 찍은 필름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직 입수가 안 됐다"고 말했다.

정상욱 한국대학산악연맹 자문위원은 "네팔산악연맹이나 대사관에서 잘 협조해준 덕분에 굉장히 신속하게 (수습이) 잘 끝났다"며 "20∼30년을 알고 지낸 후배들인데…이제 마음의 정리도 해야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운구차로 옮겨진 5구의 시신들은 오전 6시 40분께 화물터미널을 떠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김창호 대장과 임일진 씨, 정준모 씨의 시신은 강남 성모병원에 안치돼 장례절차에 들어가고, 유영직 씨의 시신은 의정부 추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진다.

또 이재훈 씨는 부산 서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다.

이와 함께 김창호 대장의 모교인 서울시립대 대강당에는 17~19일까지 산악인 합동분향소가 설치된다.

19일 오후 2시에는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합동 영결식이 진행된다.
원정대는 지난달 28일부터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현지시간 12일 해발 3천500m에 차려진 베이스캠프에서 사고를 당해 5명 모두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