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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의 맥] '규제를 규제하기 위한 지침서'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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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개혁의 관건은 일선 공무원
    법령 해석·적용의 패러다임 바꿔
    '나쁜 규제' 도려내는 디딤돌 되길

    김외숙 < 법제처장 >
    [정책의 맥] '규제를 규제하기 위한 지침서'에 거는 기대
    얼마 전 반가운 기사를 접했다. 규제로 막혀 있던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법령해석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이었다. 광주광역시 평동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은 2013년 국유재산인 공장 부지를 최대 20년 동안 분할해 납부하는 조건으로 매입했다. 그런데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대금을 모두 납부하기 전에는 공장을 증·개축할 수 없었다. 반면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는 국유 토지를 사지 않고 임대받은 기업체가 ‘임대받은 토지’ 위에 공장 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에서는 위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매각대금을 분할 납부하는 방식으로 매입한 경우에도 국유 토지를 임대받은 때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봤다. 즉, 산업단지 안에 있는 국유 토지에 대한 정당한 사용·수익 권한을 확보한 기업은 그 토지에 공장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덕분에 입주 기업들은 투자 확대를 위한 공장 증·개축이 가능해졌고 200여 개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원래 규제는 정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회경제질서를 달성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모든 규제에는 다 역사가 있다. 국가적 재난·사고, 금융 스캔들 등 커다란 위기 이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등장한다. 대부분의 규제는 법령이 제정·개정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렇게 태어난 규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에 맞지 않게 되고 부정적인 꼬리표가 붙는다. 불필요한 규제는 기업이나 소비자가 지급해야 하는 비용을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술해야 할 것인가. 규제 법령을 제정·개정하는 것은 어렵다. 법령이 바뀌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규제개혁 효과가 그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재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규제개혁의 관건은 법령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들이다.

    법제처는 이런 공무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최근 국무회의에 ‘적극행정 법제 가이드라인’을 보고했다. 적극적 법령해석의 방법을 적용하고 탄력적인 법제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 법령해석의 기준 및 사례, 신산업 활동에 대한 자율 보장의 방법, 그리고 하위법령으로도 규정이 가능한 분야를 설명해 주고 있다.

    첫째, 적극적인 법령해석을 위해 입법 취지를 고려해 규제는 문언대로 엄격히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반드시 규제가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 해석했다. 또 신산업 관련 분야 등 기존 법령에서 예상하지 않았던 분야는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으면 가급적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도록 했다. 둘째, 적용 법령이 없거나 있더라도 새로운 영역에 적용할 수 있을지 모호한 경우에는 비조치의견서나 사전 컨설팅감사제도 등을 통해 신산업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도록 했다. 셋째, 법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행적 사항을 규율하는 하위법령을 적극 활용해 국민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적극행정 법제는 법령이 규제개혁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도록 기존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시도다. 법제처는 이를 위해 법령해석부터 법령입안까지 개별적 맞춤형 컨설팅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감사원이나 인사혁신처도 적극행정에 대한 면책을 활성화하고 징계면책을 의무화하는 등 ‘대한민국 적극행정호’에 합류하고 있다. 적극행정 법제 가이드라인이 규제를 규제하기 위한 지침서로서 ‘나쁜 규제’를 도려내고 ‘착한 규제’를 살리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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