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의 100년 플랜 '위드 포스코' 시동…1조 펀드 조성, 포항·광양에 벤처밸리 짓는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7월27일 취임사에서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뜻하는 ‘위드 포스코(with POSCO)’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제철보국(製鐵報國·철을 만들어 나라에 보답한다)’이라는 창립 이념을 뛰어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도 “주주·임직원·고객사·협력사·지역주민부터 일반 시민까지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사회·경제적 가치를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 공장이 있는 포항과 광양 지역사회에 벤처밸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회사들과 함께 기금을 출연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망 벤처기업들에 저금리로 대출 지원을 해주고, 벤처밸리를 만들어 신성장산업 생태계 조성을 돕겠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지난달 5년간 45조원을 투자하고, 2만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한 결정에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최 회장의 이런 의지가 담겼다고 한다.

최 회장은 취임 전후로 ‘포스코에 러브레터를 보내주세요’란 글을 그룹사 홈페이지에 올리고, 포스코그룹 전 임원에게 ‘개혁 아이디어 제안’을 주문하는 등 사내외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있다. 포스코 임직원뿐만 아니라 포항과 광양 등 사업장이 있는 지역 주민과 주주, 고객사, 협력사 등으로부터 3300여 건의 제안을 접수했다. 지배구조를 굳건히 해달라는 의견부터 협력사와의 수평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해 달라는 요청까지 여러 가지 제안과 충고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이런 다양한 의견을 사업과 지역사회, 조직문화 등 3개 영역으로 분류해 △각 사업부문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현장 중심 및 창의적으로 일하는 방식 등으로 개혁 방향을 정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 내·외부에서 나온 여러 개혁 아이디어와 건의 사항을 종합해 취임 100일(11월3일) 무렵 구체적인 ‘개혁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 회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실질·실행·실리 등 ‘3실(實)의 업무원칙’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운영해온 전략협의 회의체들을 통합해 ‘전략조정 회의’로 간소화했다. 전략조정 회의는 안건이 발생했을 때만 열고, 참석자도 관련 임원으로 한정해 회의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간단한 업무 보고는 이메일로 하도록 했다. 파워포인트는 의사결정용 회의에서만 활용하고, 분량도 5장 이내로 작성하도록 했다.

최 회장은 50년 포스코 역사에서 첫 재무통 최고경영자(CEO)다. 부산 출신으로 동래고,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스코건설 재무실장, 포스코 정도경영실장,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 등을 거쳐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15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핵심 계열사와 다른 기업 주식 및 유휴 부동산을 과감하게 매각했다. 71개까지 늘어났던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는 38개로, 181개이던 해외 계열사는 124개로 줄였다. 7조원가량의 재무개선 효과도 거뒀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