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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기업인을 '업자'로 부르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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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휘 정치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취재수첩] 기업인을 '업자'로 부르는 정치권
    국내 10대그룹 계열 대기업에서 국회를 담당하는 대관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A부장은 국정감사철이 돌아올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의원 보좌관들의 호출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한다. ‘절대 항변하지 말자. 무조건 잘못했으니 봐달라고 하자.’

    의원 보좌관들은 A씨와 같은 기업인들을 ‘업자’라 통칭한다. 대관팀에 배속돼 처음 국회에 출입한 ‘샐러리맨’들은 자신들을 부르는 말의 뜻을 이해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의원실 한쪽 대기실 의자에 앉아 보좌진끼리 주고받는 “오늘 업자 만나러 가야 돼. 또 징징대겠지 뭐” 등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한국에서 기업에 근무하는 것만으로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한다.

    국회의 기업인 천대가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그래도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말이 나오는 걸로 봐선 ‘진보’를 표방한 현 정부 집권 이후 강도가 세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관팀 사이에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P의원, J의원 등 악명 높은 의원실의 명단이 ‘블랙리스트’처럼 공공연하게 돌아다닌다.

    과거 정부의 정치권과 기업 관계를 정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뜻한 환대’의 이면엔 후원금을 매개로 한 ‘입법 거래’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때론 의원들이 나서 기업주들의 갑질 행태를 가려주는 방어막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기업인 홀대 배경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 이른바 ‘초록은 동색’이란 선입관이 기업인들을 ‘업자’로 폄하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얘기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과 민주당의 주류는 한국의 시장경제를 ‘천민 자본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대체할 공정경제 실현을 국정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의 역할은 폄하되고 있다. 대기업에 남아 있는 ‘갑을 의식’은 마땅히 깨어져야 할 악습이다. 하지만 기업과 기업인의 변화를 위해선 국정을 책임진 국회부터 변할 필요가 있다. ‘상인=천민’이라는 식의 낡은 고정관념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국회의원 ‘배지’의 힘만 믿고 기업인을 윽박지르는 완장 찬 보좌관들의 행태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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