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잘하고 있는 한국은행을 왜 흔드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최근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금리 인상 실기론’과 ‘한국은행 책임론’과 관련해 의견을 나눈 한 외신 기자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한은만큼 잘하는 국가기관이나 정책부서가 있느냐”며 “잘하는 곳을 흔든다면 그건 그 사람(정책부서 책임자 혹은 국회의원)이 더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정책기관이나 부서는 ‘제1선 목표’와 ‘제2선 목표’가 있다. 전제돼야 할 것은 후자가 전자보다 앞설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한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전통적 목표인 물가 안정에 더해 새로운 목표인 고용 창출을 중시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해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양대 책무(dual mandate)’로 규정해 놓았다.
제1선 목표 도달이란 차원에서 보면 한은이 금리를 동결해온 것은 바람직했다. ‘쇼크’라고 표현될 만큼 악화된 고용사정을 감안하면 금리를 내리더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사정이 좋은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제를 유지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리 인상을 못하도록 Fed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대외불균형 해소’라고 모호하게 언급한 제2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 필요한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불균형 문제라면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금리 역전, 대내적으로는 과다한 시중부동자금과 가계부채 그리고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 문제를 들 수 있다.
신흥국 차원에서 금리 역전에 따른 외자이탈 방지의 최선책은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상시 협정으로 규모가 정해지지 않는 캐나다와의 스와프 자금을 빼더라도 5300억달러에 달한다. 가장 넓은 개념의 캡티윤 방식으로 추정된 적정 수준보다 1000억달러 이상 많다.
지난 3월 이후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사례에서 보듯 외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실물경기가 더 침체해 추가 외자 이탈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를 올려 대내외 금리차를 줄이는 방안도 경기가 받쳐줘야 외자 이탈을 방지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기할 수 있다.
대내적인 불균형 과제 중 금리 인상 실기론과 관련해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 과다한 시중부동자금 문제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잡히지 않은 것이 금리를 제때 못 올려 시중부동자금이 많은 것이 원인이라며 한은 책임론까지 들고나오고 있다.
본원통화(고성능 화폐) 등 각종 통화지표를 살펴보면 금융위기 이후 한은이 다른 국가에 비해 돈을 많이 푼 것은 아니다. 미국처럼 양적 완화 등을 통해 돈이 많이 풀렸는데 금리 인상 등과 같은 출구전략 추진이 늦어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뛴 것이라고 한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시중부동자금이 왜 생기는 것인가 하는 점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시중부동자금이 과다하게 생기지 않으려면 금융과 실물이 연계돼 통화정책 전달 경로(transaction mechanism·통화량→금리→총수요→실물경기)가 잘 작동해야 한다. 돈이 돌지 않으면 사람의 몸에 피가 돌지 않을 때 심장에서 먼 손발부터 썩어 가는 증상처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부유층보다 서민층이 먼저 쓰러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표적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는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잦은 정책 변경, 증세 등의 반기업적 정책, 같은 정책을 놓고 빚어지는 부처 간 갈등(혹은 이견) 등으로 기업인을 중심으로 한 경제주체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등 대외변수도 가세하고 있다.
금리를 올려 시중부동자금을 흡수하는 것이 의외로 효과가 작을 수 있다. 은행 이기주의를 감안하면 시중부동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가 더 오르는 만큼 행정지도 등을 통해 예금금리를 올려주는 방안이 더 실효성이 높다. 강남 등 수도권 집값을 잡는 것은 경기 안정보다 후순위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 정도는 심각하다.
Fed는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에도 제1선 목표를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 나갈 계획이다. 반면 한은은 제1선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고 더 악화될 소지가 높은데도 다른 부처의 압력에 밀려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창립 이후 숙원 과제인 독립성과 안정성을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한다.
모든 정책기관이나 부서는 ‘제1선 목표’와 ‘제2선 목표’가 있다. 전제돼야 할 것은 후자가 전자보다 앞설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한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전통적 목표인 물가 안정에 더해 새로운 목표인 고용 창출을 중시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해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양대 책무(dual mandate)’로 규정해 놓았다.
제1선 목표 도달이란 차원에서 보면 한은이 금리를 동결해온 것은 바람직했다. ‘쇼크’라고 표현될 만큼 악화된 고용사정을 감안하면 금리를 내리더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사정이 좋은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제를 유지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리 인상을 못하도록 Fed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대외불균형 해소’라고 모호하게 언급한 제2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 필요한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불균형 문제라면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금리 역전, 대내적으로는 과다한 시중부동자금과 가계부채 그리고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 문제를 들 수 있다.
신흥국 차원에서 금리 역전에 따른 외자이탈 방지의 최선책은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상시 협정으로 규모가 정해지지 않는 캐나다와의 스와프 자금을 빼더라도 5300억달러에 달한다. 가장 넓은 개념의 캡티윤 방식으로 추정된 적정 수준보다 1000억달러 이상 많다.
지난 3월 이후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사례에서 보듯 외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실물경기가 더 침체해 추가 외자 이탈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를 올려 대내외 금리차를 줄이는 방안도 경기가 받쳐줘야 외자 이탈을 방지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기할 수 있다.
대내적인 불균형 과제 중 금리 인상 실기론과 관련해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 과다한 시중부동자금 문제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잡히지 않은 것이 금리를 제때 못 올려 시중부동자금이 많은 것이 원인이라며 한은 책임론까지 들고나오고 있다.
본원통화(고성능 화폐) 등 각종 통화지표를 살펴보면 금융위기 이후 한은이 다른 국가에 비해 돈을 많이 푼 것은 아니다. 미국처럼 양적 완화 등을 통해 돈이 많이 풀렸는데 금리 인상 등과 같은 출구전략 추진이 늦어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뛴 것이라고 한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시중부동자금이 왜 생기는 것인가 하는 점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시중부동자금이 과다하게 생기지 않으려면 금융과 실물이 연계돼 통화정책 전달 경로(transaction mechanism·통화량→금리→총수요→실물경기)가 잘 작동해야 한다. 돈이 돌지 않으면 사람의 몸에 피가 돌지 않을 때 심장에서 먼 손발부터 썩어 가는 증상처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부유층보다 서민층이 먼저 쓰러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표적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는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잦은 정책 변경, 증세 등의 반기업적 정책, 같은 정책을 놓고 빚어지는 부처 간 갈등(혹은 이견) 등으로 기업인을 중심으로 한 경제주체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등 대외변수도 가세하고 있다.
금리를 올려 시중부동자금을 흡수하는 것이 의외로 효과가 작을 수 있다. 은행 이기주의를 감안하면 시중부동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가 더 오르는 만큼 행정지도 등을 통해 예금금리를 올려주는 방안이 더 실효성이 높다. 강남 등 수도권 집값을 잡는 것은 경기 안정보다 후순위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 정도는 심각하다.
Fed는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에도 제1선 목표를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 나갈 계획이다. 반면 한은은 제1선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고 더 악화될 소지가 높은데도 다른 부처의 압력에 밀려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창립 이후 숙원 과제인 독립성과 안정성을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