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TV 시장인 미국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인 초대형·초고화질 TV를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美시장 질주 삼성 TV…"4분기엔 8K로 승부"
4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미국 TV 시장에서 3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 LG전자(15%)와 3위 비지오, 소니(각 11%) 등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이 기간 한 대당 2500달러(약 282만원)가 넘는 프리미엄 TV 시장의 44%를 점유해 소니(33%)와 LG전자(23%)를 압도했다. 비싼 제품일수록 2위 그룹과의 점유율 격차가 더 컸다.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점유율 57%)에선 2위 소니(25%)와 ‘더블 스코어’ 이상 차이가 났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강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1~8월에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 및 초대형 TV(75인치 이상) 시장 점유율이 각각 27%와 43%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17%포인트와 14%포인트 확대됐다. 지난달 중순을 기준으로 삼성의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은 56%, 초대형 TV는 69%로 또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인공이 된 건 지난해 8월부터였다. 작년 초만 해도 챔피언은 소니였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의 미국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은 10.6%로, 소니(47.7%)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삼성전자는 작년 4월 기존 TV보다 화질을 크게 끌어올린 QLED TV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온·오프라인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작년 8월 점유율을 36%로 끌어올리며 소니(33%)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미국 프리미엄 TV 시장의 ‘왕좌’에 올랐다. 초대형 TV 시장 역시 작년 7월 소니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삼성전자 측은 “QLED TV 출시를 계기로 소니가 꽉 잡고 있던 프리미엄 시장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 게 주효했다”며 “TV 시장이 초대형 제품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75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 라인업을 강화한 것도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프리미엄 QLED TV
삼성전자 프리미엄 QLED TV
미국 시장에서 삼성 독주체제는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QLED TV(4K UHD)보다 화소 수가 4배 더 많은 QLED 8K UHD TV를 조만간 미국에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화소가 들어가는 만큼 더 선명하다. 풀 HD(1920×1080)보다 4배 선명한 UHD(3840×2160)를 4K, 이보다 4배(7680×4320) 더 선명한 3300만 화소 제품을 8K로 표현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상도가 낮은 콘텐츠도 8K 수준 화질로 바꿔주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업스케일링 기술이 도입된 만큼 8K TV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질 전망”이라며 “미국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