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건너가 꾸준히 시를 쓴 허수경 시인이 지난 3일 오후 7시 50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54세. 사진은 지난 2011년 12월 13일 신작 장편소설 '박하'의 출간에 맞춰 방한한 서 작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독일로 건너가 꾸준히 시를 쓴 허수경 시인이 지난 3일 오후 7시 50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54세. 사진은 지난 2011년 12월 13일 신작 장편소설 '박하'의 출간에 맞춰 방한한 서 작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독일에서 활발한 시 창작 활동을 하던 허수경 시인이 지난 3일 오후 7시 50분 별세하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허수경 시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방송국 스크립터 등으로 일하다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후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와 '혼자 가는 먼 집'을 낸 뒤 1992년 돌연 독일로 건너갔다.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와중에도 꾸준히 시를 써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등 4권의 시집을 냈다.

시인은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 그림움을 노래했다. 또 독일에서 26년간 이방인으로 지낸 삶은 그의 시에 고독의 정서를 짙게 드리우게 했으며, 시간의 지층을 탐사하는 고고학 연구 이력은 그의 시에 독보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

시 외에 소설과 동화, 산문 등 다른 장르 글도 열정적으로 썼다.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또한 동서문학상, 전숙희 문학상, 이육사 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인의 작품을 출간해온 출판사 '난다'의 김민정 대표는 4일 "허 시인이 한국시간 어제(3일) 저녁 7시 50분에 돌아가셨다. 장례는 현지에서 수목장으로 치른다"고 전했다.

시인은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했으며, 이 사실을 지난 2월 김 대표에게 알린 뒤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지난 8월에는 2003년 나온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15년 만에 새롭게 편집해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라는 제목으로 내기도 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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