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단원들이 지난 2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연습실에서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단원들이 지난 2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연습실에서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난 2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연습실. 이현철 작곡의 ‘산유화’ 합창을 마친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40여 명의 눈길이 일제히 지휘자 김상경 씨를 향했다. 김 지휘자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꽃이 잘 피네, 새도 잘 울고요.” 평균 연령 67세의 합창단원들은 그제야 활짝 웃으며 서로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들 중 15명은 2011년 방송된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 프로젝트’의 원년 멤버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그해 9월 청춘합창단은 순수 민간 합창단으로 재창단식을 했다. 올해로 창단 8년째다.

“방송 두 달째 되던 날 단원들이 ‘이대로 헤어질 수 없다’며 재창단 논의를 시작했죠. 방송을 위해 청춘합창단이 꾸려질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합창단 단장을 맡고 있는 권대욱 휴넷 회장의 말이다. 창단 당시 멤버 중 일부는 노환이나 고령으로 합창단을 떠나기도 했다. 이들의 빈자리는 오디션을 통해 뽑은 신입 회원들이 채웠다. 현재 총 48명의 단원이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권 회장을 비롯해 윤학수 예비역 공군 중장, 김진관 전 SC제일은행 부행장, 최규용 강북삼성병원 암센터장, 김원택 전 홍익대 디자인학과 교수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고령자는 82세의 한국 최초 하피스트 배용자 씨다. 방송 당시 신장과 간 이식 수술을 받고 무대에 서며 감동을 줬던 이만덕 씨는 완치해 총무를 맡고 있다.

초대 지휘자인 ‘합창계 거장’ 윤학원 씨에 이어 강동구립여성합창단의 김상경 씨가 2대 지휘자로 지휘봉을 잡고 있다. 김 지휘자는 “단원들이 찾아와 유엔과 평양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하는데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청춘합창단은 2015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초청 연주회를 가졌고, 내년에는 평양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올 추석 연휴에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고려인들을 초청해 한국 민요와 우즈베키스탄 전통곡으로 무대를 꾸몄다. 5일에는 경주 신라문화제에서 인순이, 포르테 디 콰트로, 임태경, 송소희 등과 함께 무대에 선다. 청춘합창단은 매년 30여 차례 무대에 오른다. 아마추어 합창단 중 단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합창단원은 공연 준비를 위해 매주 화요일 모여 세 시간씩 연습한다.

고령의 단원들에게 빡빡한 스케줄과 강도 높은 연습이 부담되지는 않을까. 단원들은 오히려 단체 연습이 끝난 뒤에도 집에서 끊임없이 연습할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했다. 방송을 본 뒤 뒤늦게 청춘합창단에 합류한 윤학수 전 중장은 “모두 사생결단을 하고 뛰어든 사람들”이라며 “공연할 때마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김진관 전 부행장은 “절박함이 시니어 합창단이 지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방송 이후 전국 곳곳에 청춘합창단과 비슷한 콘셉트의 시니어 합창단이 속속 생겼다. 권 회장은 “많은 시니어가 청춘합창단을 통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다”고 했다. “김 지휘자와 처음 만났을 때 이런 부탁을 하더라고요. ‘저는 합창을 만들 테니, 단장님께서는 청춘을 만들어주십시오’. 아직도 마음 깊이 이 말을 새기고 있습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