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선거(10월7일)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브라질 국채 매입에 관심을 갖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헤알화 가치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브라질 채권은 연 10%의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전부터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늘 환율이 변수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브라질 대선이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고, 결선 투표(10월28일)까지 갈 가능성이 큰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보다가 분할 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브라질 국채 투자 '어게인 2016'?…대선 앞두고 저가매수 문의 빗발
◆환율 반등 기대

2일 외환시장에서 원·헤알 환율은 3원66전(1.33%) 오른 헤알당 278원63전을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원화 대비 역대 최저인 266원21전을 찍은 뒤 소폭 반등했지만 연초에 비하면 약 15% 낮은 수준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도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브라질 채권 수익률은 사실상 환율에 좌우된다. 환변동성이 큰 데다 환전 비용 등을 감안해 대부분 환헤지(위험회피)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환차손, 이자 수익, 채권가격 하락 등을 감안했을 때 연초 대비 브라질 채권 수익률은 -17% 정도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수익률 악화에도 국내 투자자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 증권사에는 ‘저가 매수 기회가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6년 연 70%에 이르는 고수익을 냈던 점도 과거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전후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헤알화 가치가 1년간 25% 이상 상승했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채권가격 상승)하면서 그해 채권투자 수익률이 70%를 넘었다.

브라질 채권은 지난해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주요 7개 증권사에서 4조1885억원어치가 팔렸다. 올해 들어서도 1조3000억원어치 넘게 판매됐다.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최근 브라질에 애널리스트들을 파견해 시장 동향을 살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도 열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브라질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이상이 없는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만 해결되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선 투표를 전후해 분할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경제 펀더멘털은 ‘탄탄’

브라질 대선 판세는 예측불허다. 1일(현지시간) 나온 여론조사업체의 대선후보 투표의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극우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31%로 1위, 좌파 성향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가 21%로 2위다.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제라우두 아우키민 후보는 8%에 그쳤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를 치르는데 현재까지는 결선에서 아다지 후보가 보우소나루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파, 좌파 등 후보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연금개혁 추진 방향 등이 달라질 수 있어 대선 결과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브라질 채권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제거된 뒤에 신중하게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규 매수자라면 반등을 확인한 뒤 들어가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정치적 불확실성만 제외하면 브라질의 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브라질은 세계 10위권인 3800억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다른 남아메리카 국가보다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한 편이다.

최근 원유 가격 상승세는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다. 브라질은 세계 철광석 생산량 2위, 원유 생산량 10위 국가다.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올해 1.4%에서 내년 2.5%로 높아질 전망이다. 브라질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최근 한 달간 6.39%를 기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