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기술로 개발한 의약품 주입 펌프 애니퓨전의 혁신성을 인정받는 데 꼬박 3년이 걸렸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회사를 세계적인 헬스케어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습니다.”

중소 의료기기업체인 메인텍의 이상빈 대표(사진)는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애니퓨전의 기술 혁신성을 인정해 보험수가를 대폭 인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평원은 지난 8월 약 2000원이던 애니퓨전 카트리지의 보험수가를 10배가량 인상했다. 보험재정을 고려해 수가를 깎는 게 일반적인 심평원이 거꾸로 수가를 대폭 인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표는 “애니퓨전은 원천기술이 거의 없는 국내 의료기기산업에 이정표가 될 만한 제품”이라며 “비브라운, 호스피라 등 다국적 의료기기업체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인텍이 2015년 개발한 애니퓨전은 병원에서 흔히 쓰는 기존 의약품 주입 펌프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기존 펌프는 용량이 적어 약물을 자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은 데다 주입량의 오차가 크다. 메인텍은 원형 실린더 방식 기술을 활용해 이 같은 단점을 개선했다.

1984년 다국적 제약사에 입사하며 헬스케어산업에 발을 들인 이 대표는 2001년 원천기술을 보유한 헬스케어기업을 목표로 메인텍을 세웠다. 2007년 애니퓨전을 개발하기 시작해 10년 만인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개발비로 100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심평원은 신기술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 제품 수준의 수가를 쳐줬다. 원가가 높다 보니 팔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에 처했다.

이 대표는 애니퓨전이 혁신 제품이라는 근거를 쌓는 데 집중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일본 쇼세카이임상센터 등에서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며 데이터를 모았다. 인·허가 업무도 이 대표가 직접 챙겼다. 그는 “담당 공무원을 여러 차례 찾아가 제품의 혁신성을 일일이 설명했다”고 했다.

메인텍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상급종합병원 한 곳이 의약품 주입 펌프를 약 1만 대 갖추고 있다”며 “소모품인 카트리지를 포함하면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30억원 안팎인 연매출이 내년에 1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의약품 주입 펌프 시장은 전망이 밝다. 현재 9조원 안팎인 세계 시장은 2021년 11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자가 혈액투석기, 이동형 혈액 주입 펌프 등도 개발할 것”이라며 “필립스, 지멘스, 박스터 등 세계적인 헬스케어기업처럼 원천기술을 토대로 100년 기업을 일구겠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