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왼쪽)과 트리그베 세그렘 KNOT 사장이 지난달 28일 셔틀탱커 건조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왼쪽)과 트리그베 세그렘 KNOT 사장이 지난달 28일 셔틀탱커 건조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2014년(-1조9232억원)과 2015년(-1조6763억원)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침체의 늪에 빠졌던 현대중공업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프로젝트 이후 47개월 만에 해양플랜트 수주를 눈앞에 둔 데 이어 올해 선박 수주 실적도 2013년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오르면서 원유와 가스 등을 시추·생산하는 해양플랜트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의 발주가 잇따르고 있어 조선업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가 오르자 발주 늘어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수주가 유력한 5억달러(약 5555억원) 규모의 ‘킹스랜딩’ 프로젝트는 바다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부유식원유생산설비(FPU)를 제작하는 공사다. 이들 설비는 제작비가 5억~10억달러에 달한다. 해양 시추는 지표면을 뚫어 원유를 생산하는 기존 방식보다 생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은 돼야 사업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해양플랜트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던 2013년까지 한국 조선사들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였지만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떨어진 2014년부터 세계적으로 발주가 급감했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싱가포르 에너지시장 조사기관인 EMA는 지난달 “유가 상승으로 향후 1년간 30여 개의 해양플랜트가 발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인 푸꾸옥페트롤리엄이 발주한 10억달러 규모의 해양가스생산설비(CPF) 수주전에도 뛰어들었다.

4년 만의 해양플랜트 수주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해양공장(해양사업본부) 재가동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설계 기간만 1년 이상 걸리는 해양플랜트의 특성상 야드(작업장) 공정이 내년 6월께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해양사업본부는 일감 부족으로 지난 8월21일부터 조업을 멈췄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사업본부 유휴인력 2000여 명의 희망퇴직과 유급휴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일감이 없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활 시동 건 현대重… 선박 수주 5년 만에 최대
◆선박 수주도 ‘껑충’

가격이 비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셔틀탱커(바다에서 생산한 원유나 가스를 육상으로 옮기는 선박)와 LNG 운반선 수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노르웨이 KNOT로부터 15만3000t급 셔틀탱커 2척을 2억1000만달러(약 2333억원)에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세 조선사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04억달러어치(129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2억달러(103척)에 비해 60% 증가했다. 2013년(139억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주액이다. 올해 수주 목표 132억달러의 79%를 달성하면서 연간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아시아 지역 해운사로부터 2001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1척 건조 계약을 따냈다고 공시했다. 올해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43척 중 88%인 38척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가 수주했다. 8월까지 한국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은 756만CGT(표준화물환산톤수)로 2012년 이후 6년여 만에 중국(570만CGT)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