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직원들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 그랑서울 빌딩 23층의 공유오피스 라운지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에선 외부 방문객 접견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박상익 기자
SK그룹 직원들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 그랑서울 빌딩 23층의 공유오피스 라운지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에선 외부 방문객 접견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박상익 기자
SK그룹 본사인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이 준공된 지 19년 만에 전면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SK E&S,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3개 회사는 지난 17일부터 맞은편에 있는 그랑서울 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이들 회사 직원들은 1년간 그랑서울 21~24층에서 생활하게 된다. SK는 서린빌딩 내 모든 사무 공간에 ‘공유 사무실’ 개념을 도입하기로 결정해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8일 찾은 그랑서울 내 SK 사무 공간은 글로벌 공유 사무실 ‘위워크’를 떠올리게 했다. SK그룹은 서린 사옥 전면 리모델링 전에 그랑서울 사무 공간을 먼저 공유 사무실로 개조했다. 본사 리모델링에 앞서 직원들이 새로운 공간 개념에 적응하도록 하고, 리모델링 기간에 개선점도 찾기 위해서다.

3개사별로 일부 전용 공간이 있지만, 22~23층에서는 회사나 부서 구분 없이 누구나 어울려 일할 수 있다. 23층 내 라운지는 방문객 접견 장소와 개인 업무 공간이 어우러져 마치 프랜차이즈 카페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직원들은 독서실형, 테이블형, 노트북 전용, 입식 등 다양한 구조의 업무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있었다. 정해진 자리가 없어 매일 출근 30분 전에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예약한다. 무거운 자료 등은 개인 사물함에 보관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일하는 방식 혁신' 그랑서울 23층 가보라
SK그룹이 사무 공간 변화에 나선 것은 최태원 회장이 주창하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올초 신년회에서 “근무시간의 80% 이상을 칸막이에서 혼자 일하고 만나는 사람도 20명이 안 될 것인데 이렇게 일하면 새로운 시도, 비즈니스 모델 변화는 가능할 수 없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서린빌딩의 리모델링이 끝나면 각 입주사는 시너지 효과 창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주)는 지주회사라는 특성상 계열사 직원들과 만날 일이 많아 신성장 사업 투자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서울에 4개 자회사가 있는 만큼 자회사 간 시너지를 높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새 공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SK E&S 관계자는 “새 공간이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직원 역량 평가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의 한 팀장급 직원은 “이전까지는 관리자 눈앞에만 잘 앉아 있어도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가 흩어져 일하는 만큼 철저히 결과로만 평가받는 문화가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