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를 개시한 종목이 쏟아지자 개인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들에게 시그널(신호)을 제때 주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기존 관리종목에 대한 관리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사 11곳(넥스지 C&S자산관리 에프티이앤이 감마누 지디 우성아이비 트레이스 레이젠 위너지스 모다 파티게임즈)이 정리매매를 거쳐 10월11일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이들 회사는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작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생겼다.

'관리 안되는' 코스닥 관리종목
투자자들은 “퇴출 대상 11개 종목에 대해선 처음 감사의견 거절이 나와 거래가 정지된 지난 3월 이전엔 어떤 경고의 메시지도 없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리종목’ ‘투자주의 환기종목’ 등으로의 지정이 제때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거래가 정지돼 투자자들이 손을 쓸 수 없었던 4월 이후에야 관리종목, 투자주의 환기종목 등으로 지정됐다.

관리종목은 유동성 악화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제도다. 감사의견 부적정 등 상장폐지 심사 사유가 나올 때도 지정된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은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 투자자가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코스닥시장에서만 지정하고 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의 최대주주가 바뀌면 즉각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가는 등의 제재를 받는다.

증권업계에선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 등의 지정 효과 자체도 크게 약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는 48곳 중 정리매매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7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1000억원을 넘은 종목은 11개다. 이 중 10개는 지난해 순손실을 냈다. 그러나 나노스 같은 종목은 소액주주 지분 보유 비중이 기준치를 미달해 지난 4월18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는데도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이 4조52억원(코스닥 6위)으로 불어났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스몰캡팀장은 “거래소가 2009년 시작해 2014년까지 코스닥 관리종목을 대상으로 시행하다 폐지한 ‘30분 주기 단일가 매매’를 부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 매매 방식은 관리종목 등의 거래량을 줄이고 투기 수요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투자자의 편의를 제고한다는 이유로 없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상장폐지 징후를 보이는 종목의 관리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