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어린이의 눈에 비친 CEO
지난 5월 초 한 유력 일간지의 사설을 인상 깊게 읽었다. ‘미래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최고경영자(CEO)’라는 주제로 분석한 내용이었다. 148명의 아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CEO의 이미지는 ‘부자’였다. 그 뒤를 이어 ‘성실’과 ‘부지런함’을 떠올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CEO가 되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잘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뭐든 앞장서야 한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CEO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엔 ‘꼭 되고 싶진 않지만 되면 좋을 것 같다’는 답이 다수였다. 다음 ‘CEO가 된다면 어떤 회사의 사장이 되고 싶은가’란 질문엔 ‘정보기술(IT)회사와 패션, 화장품회사’라는 답이 가장 많아 화장품회사 CEO인 필자는 뿌듯했다.

한편 ‘CEO가 돼 부자가 되면 부모에게 효도하겠다’ ‘장학재단을 세우겠다’ ‘남을 돕는 기부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어린이의 답변을 보면서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희망이고 장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글을 읽다 보니 아이들 눈에 비친 CEO는 근엄하고 당당하며,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한 리더의 모습이다. 성공의 반대편에 있는 실패한 CEO는 알지 못한다.

기업을 경영한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인은 항상 벼랑 끝에 서 있는, 언제 벼랑으로 굴러떨어질지 모르는 위험 속에 있는 존재다. CEO는 항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걷고 있는 사람 같다는 주변 기업인들의 한탄을 종종 듣곤 한다. 기업 경영에서 얻어지는 부는 고용을 통해 가계 소득과 세금으로 다시 환원되며 국부를 이룬다. 그러나 기업이 망하면 경영자의 땀과 노력이 무너지고 노동자의 일자리도 사라지며, 세금도 내지 못해 결국 국가도 손해를 입는다.

나라의 근원은 기업이고, CEO는 그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다. 사회는 CEO를 바라보는 어린이의 사고를 다양하고 긍정적으로 키워줘야 한다. 기업인이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부정적 관념 대신 함께 상생하는 노사 관계의 중요성을 알려줘야 한다. 또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기보다 모범 경영 사례를 소개해 CEO에 대한 올바른 이미지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CEO를 떠올릴 때 단순히 부자가 아니라 국가 사회 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체로 깨닫게 해야 한다. 미래 사회에서 CEO가 되길 희망하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경제가 더욱 발전하고, 국가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