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옥에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
추석 연휴 마지막날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신과 함께’ 1편을 TV에서 잠시 봤다. 영화에 나오는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이라는 일곱 가지 지옥이 정말 있는지는 제쳐두고라도 이 작품은 이런 주제들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와는 다르지만 내가 오래전 어느 산사의 주지스님으로부터 들었던 천국과 지옥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 중생이 지장보살에게 이끌려 극락과 지옥을 번갈아 가보게 됐는데, 두 곳의 모습이 다를 바가 없었다. 지옥은 아비규환이고 극락은 휘황찬란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두 곳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양쪽에서 식사 때 밥 먹는 모습이 전혀 달랐다.

지옥 사람들은 자신의 팔길이보다 더 긴 숟가락을 가지고 자신의 입에 음식을 넣으려고 안달이 났다. 그 바람에 음식을 전부 쏟아서 먹지 못했다. 반면 극락 사람들은 긴 숟가락에 음식을 담아 상대의 입에 떠먹여 줬다. 서로 잘 먹여주니 얼굴에 윤기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아주 행복한 모습이었다.

세상을 사는 이치도 이와 같아서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결국 나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내 모든 가치관은 바뀌었다.

도구나 장소,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세상을 사는가?’하는 질문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결국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임을 깨달아야 한다. 세상을 사는 거의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이나 출세, 혹은 돈을 위해 살아가며 인생의 중심을 자신에게 두고 있다. 하지만 남을 돕지 않고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이 원칙을 깨닫지 못하면 ‘긴 숟가락’은 결코 내 입에 음식을 넣어주지 못한다.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은 ‘봉사’나 ‘대가 없는 희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율곡 이이가 말한 아홉 가지 공부법 중 ‘지어지선’(止於至善: 깊은 공부는 선한 마음으로 한다)이라는 것이 있다. 공부도 나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돈과 명예는 그 뒤의 문제다. 선한 마음으로 자신을 닦지 않으면 부산물로 따라올 돈과 명예조차도 결국은 독이 될 뿐이다. 오늘 저녁 집에 가면 거울을 보며 ‘나는 어떤 능력으로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하고 질문해 보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면 당신의 행복도 이미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