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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 국제 수준으로 보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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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운영제도를 일부 바꾸겠다고 나섰다. 사모펀드 투자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규제완화 차원이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로 세분화된 규제가 계속 철폐돼 인수합병(M&A)과 벤처투자 시장을 선진화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주목되는 것은 ‘사모펀드 10%룰’을 없애겠다는 대목이다. 지금은 PEF로 운용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헤지펀드로 분류될 경우 보유주식 중 10% 초과분은 의결권이 제한된다. PEF·헤지펀드 구분 규제를 없애면서 이 두 조항을 철폐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자동차 지분 1.4%를 보유한 미국계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까지 요구한 것과 같은 경영간섭을 국내 펀드도 할 수 있게 된다.

    근래 급성장해 온 사모펀드 시장을 키우고 자율성도 더 부여하겠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에 맞춰 기업에 경영권 방어책을 갖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2011년 182개였던 사모펀드가 올 들어 501개로 급증했다. 이들 중 기업의 ‘우군’도 나올 수 있겠지만, 수익률 극대화의 단기 관점에서 경영을 간섭하고 국내외 펀드 간의 합종연횡으로 지배구조를 흔들 때의 혼란상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경영권 방어가 회사 운영의 최대 과제가 되면 상품 개발과 시장 개척은 언제 하며, 투자 결정은 어떻게 하겠는가.

    기업의 방어수단에 대해서는 그간 무수히 논의돼왔다. 대표적인 것이 차등의결권 부여다. 적대적 M&A에 맞설 수 있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도 있다. 모두 주요 선진국들이 시행 중인 경영권방어 제도다. 차등의결권은 엊그제 중국도 도입해 주목을 끌었다. 아직은 ‘기술 기업’에 한정된 것이지만, 유니콘 기업을 미국 증시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다.

    구글, 알리바바가 채택한 차등의결권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에는 접근이 안 된다. 경영권 유지에 노심초사인 기업에서 장기 투자나 인재 확보 전략이 손에 잡히기는 어렵다. 연초 정부 일각에서 “중소·벤처기업에는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자”는 논의가 나오더니 그나마도 진전된 얘기가 없다. 차등의결권을 특혜 차원에서 볼 게 아니다. ‘국제 규준’은 물론, 일자리 차원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업계와 산업계가 ‘대등한 운동장’에서 협력과 경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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