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27일 전격 사퇴했다. 선관위가 설립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가 취지에 맞지 않게 독선적인 운영을 했다는 이유다.

김 사무총장은 사퇴 성명서를 통해 “A-WEB 사태로 촉발된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제가 사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해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수 차례의 권고에도 특정 업체의 선거 장비 수출에 치우친 독선적 운영을 계속했다”며 “급기야 외교분쟁으로 인한 국가 위신 추락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 왔으며 현재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는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의 개인적 일탈에 의한 것이 분명하지만, A-WEB을 지도·감독할 위치에 있는 중앙선관위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며 “더 늦기 전에 A-WEB 사태를 정상화하고 김용희 총장도 결자해지 자세로 책임지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A-WEB은 후발 민주주의 국가들의 민주적 선거제도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중앙선관위 주도로 출범했다. 100여개가 넘는 각국 선거관리기관의 협의기구로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앞서 선관위는 김용희 총장이 선관위의 보조금을 유용하는 등 배임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최근에는 A-WEB의 지원을 받은 특정 한국 업체가 콩고민주공화국에 투·개표 시스템을 수출한 뒤 부정선거 논란으로 외교적 마찰을 낳기도 했다. 업체 선정 과정에서 김용희 총장이 배후로 지목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