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차에 최고 25%의 관세를 물릴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교역 상대국과의 무역협상 카드로 휘두르고 있다. 미국과 양자협상 개시에 합의한 일본엔 협상 기간 중 관세 부과를 보류하기로 한 반면 협상 과정에서 깐깐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캐나다엔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우리는 오늘 미·일 무역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수년 동안 다양한 이유로 (미국과 양자 무역협상을) 꺼려왔지만 이제는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매우 기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매우 똑똑하고 위대한 협상 상대”라며 “우리는 무역에서도 정말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일본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일본은 그동안 다자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선호해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3일 만에 TPP를 탈퇴하고 일본과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해왔다. 교도통신은 이날 “미국은 무역협상 기간에는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최고 25%) 관세 부과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기존 태도를 바꿔 미국과의 협상에 응하자 반대급부를 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의 협상에 불만을 드러내며 “우리는 캐나다산 자동차에 (최고 25%)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먼저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에 합의한 뒤 캐나다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캐나다의 협상 스타일이 매우 불만족스럽다”고 했다. 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사진)가 미·캐나다 정상회담을 요청했지만 자신이 거부했다며 “캐나다의 관세가 너무 높고 그(트뤼도 총리)가 달라지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캐나다 총리실은 “어떤 회담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해 양국 간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안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차관세 면제를 요청받자 동석한 자신의 참모진에게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