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중(對中) 무역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등과 무역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의 통상 전쟁으로 인해 경색되고 있는 국제 무역 관계가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 무역과 시장 개방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한국과 개정된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한 것이 국제 무역 긴장감 완화의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한·미 FTA에 대해 “미국에 매우 불공정한 합의”라며 비판을 제기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개정안 타결에 대해 “통상 분야의 역사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양국이 내건 요구에 서로 관심을 보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미국의 무역 적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뉴욕에서 열리는 이번 UN총회 기간 중 일본, 캐나다 등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경제재생담당상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USTR 대표는 농축산물, 수입 자동차 관세 등 양국 무역 협상을 논의한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번 총회 기간에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관련 비공식 회담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10월1일까지 합의안을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결론을 맺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지난 7월 합의한 관세 폐기 등을 확대하기 위해 유럽 각 국과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지층인 농민들의 수출길 악화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미국 농산물 수출 시장 중 6번째로 큰 시장”이라며 “한·미 FTA 타결로 인해 미국 농산물 수출 시장이 확대된다는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지피 듀발 미 농업인연맹 회장은 “한국과 FTA 타결은 농부와 목축업자들에게 매우 좋은 소식”이라며 “수출 시장 확보를 위해 행정부가 무역 협정을 계속 체결해주길 원한다”고 전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