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종전선언 고려할 때 판문점 거론…선거앞둔 트럼프, 워싱턴 선택 가능성
정치적 부담 배제한 중립적 장소로 빈 낙점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시기·장소가 곧 발표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번에는 과연 어디서 역사적인 두 정상의 재회가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머지않아 김정은 위원장과 두번째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며 회담 장소와 관련해선 "아마 (싱가포르가 아닌) 다른 장소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시사한 대로 실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성사된다면 이번 회담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이상으로 세계의 이목이 잡아당길 '핵(核)담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차 회담이 사상 처음으로 현직 북미 정상이 마주 앉은 상징적 의미를 보여주는 데 집중됐다면 2차 회담은 북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위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문재인 대통령이 일차적으로 '연내 종전선언'을 최우선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회담 장소 역시 종전선언이라는 '빅 이벤트'와 맞물려 추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가 거론된다.

2016년 대선 경선때 김 위원장과의 '햄버거 회동' 가능성을 시사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12 정상회담에서 구두로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김 위원장도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당장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최대 현안인 11월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호재'로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와 백악관의 혼란상을 폭로한 밥 우드워드의 신간 및 내부 고위 관리의 언론 기고 파문, 연방 대법관 지명자의 성추문 의혹 등으로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악재들을 잠재울 이슈로 북미정상회담을 활용, 김 위원장을 미국 안방으로 불러들여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꾀할 수 있다.

만일 워싱턴 회담이 성사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해 남북미 3자간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있고, 이는 세계적 외교이벤트로서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교관계가 없는 정상끼리의 회담을 수도에서 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수교'(修交)를 의미하는데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여전히 의심하는 워싱턴 조야의 기류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종전선언에 주목한다면 한반도 정전체제를 상징하는 판문점이 유력한 장소가 될 수 있다.

판문점은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의 최종 후보지 가운데 하나였던 곳으로,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다면 상징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최적의 장소일 수 있다.

'전쟁을 종식한다'는 선언이 남북 분단의 상징적 장소에서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도 대단한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미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담을 한 뒤 회담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이 판문점으로 와 3자 종선선언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시나리오를 일단 떠올려 볼 수 있다.

1차 정상회담 때 유력한 개최 후보지였다는 점도 판문점 낙점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판문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직후부터 1순위 회담 후보지로 꼽혀왔다.

하지만 판문점은 그 장소가 갖는 강한 상징성 때문에 '협상'과 '담판'이 필요한 북미회담 자체의 의미를 줄일 수 있고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이 지나치게 부각될 수 있다는 경계감으로 미국 정부가 결국 최종 후보지에서 배제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미국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회담을 자신의 '외교적 치적'으로 삼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카드에 호응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이행 없이 종전선언을 하는 것에 부담감을 가진 미국 내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판문점 행(行)을 선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워싱턴DC와 판문점 모두 양국 정상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중립적인 제3의 장소가 최종 낙점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2차 정상회담 방식 및 시기에 대해 "1차 회담과 비슷한 형식으로 열릴 것"이라며 장소에 대해서는 "아마 (싱가포르가 아닌) 다른 장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차 회담과 비슷한 형식으로 가되 1차 회담 장소였던 싱가포르를 배제한다면 오스트리아 빈과 같은 제3의 중립지대를 검토해 볼 수 있다.

빈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축하하며 발표한 성명에서 비핵화 실무협상을 진행할 장소로 북한에 제안하면서 최근 관심이 집중된 장소다.

특히 빈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본부가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 자체에 집중하고, 더구나 미국이 가장 중요시하는 '핵사찰과 검증'의 의미를 강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력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빈은 과거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정상회담 장소로 종종 이용된 상징성도 지닌 도시다.

실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61년 빈에서 역사적인 미소 정상회담을 열었다.

1979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도 빈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탈퇴로 상황이 복잡해지기는 했으나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 6개국과 이란 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장기간 협상을 거쳐 2015년 최종 타결된 곳도 바로 빈이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장소일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사찰을 담당하는 IAEA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모두 위치한 곳이라는 점에서 결국 미국의 핵사찰 의지가 담긴 장소를 북한이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최근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평양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핵폐기 절차가 거의 완료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판문점? 빈?…北美정상 이번엔 어디서 만날까
북미정상회담 장소뿐 아니라 시기도 관심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머지않아(in the not too distant future) 김 위원장과 두번째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회담이 성사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11월6일 중간선거 이전에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10월 중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으로 남북 정상을 초청해 종전선언을 하는 이벤트를 가장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차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이것이 오히려 선거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다면, 회담 시기를 아예 연말 또는 내년 초로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