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바티칸 교황청이 주교 임명 문제에 대해 잠정 합의를 이뤘다. 이에 따라 67년 동안 끊어졌던 양측 간 외교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교황청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양국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주교 임명과 관련해 중국과 예비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도 23일 성명을 통해 양측이 주교 임명 문제에 관한 예비 합의안에 서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관영 천주교애국회는 “중국과 바티칸 간 주교 임명 예비 합의안을 지지한다”며 “앞으로 중국 천주교는 사회주의에 걸맞는 노선을 견지하며 독립·자주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중국은 1951년 바티칸이 대만을 정부로 인정한 것을 이유로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1980년대부터 ‘자선자성(自選自聖)의 원칙’에 따라 교황청의 승인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주교를 임명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사제와 주교를 세우는 천주교애국회와 바티칸이 인정하는 지하교회 조직이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이래 양측의 관계 회복은 급물살을 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 당시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인사를 전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개인적인 서한을 주고받는 등 관계 개선 노력을 이어왔다. 올해 초엔 교황청의 지시에 따라 중국 천주교 지하교회 주교 두 명이 천주교애국회 주교에게 교구를 넘기면서 중국과 바티칸간 수교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베이징 외교가는 양측이 주교 임명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67년간 단절된 외교관계가 복원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중국과 바티칸의 수교설에 대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만은 양측의 수교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바티칸이 중국 및 대만과 동시에 외교관계를 갖는 형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는 중국으로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황청은 대만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교황청과 중국이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면 교황청이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를 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교가의 전망이다. 홍콩 성도일보는 대만과 바티칸 관계에 ‘빨간 경보등’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요하는 중국의 압력으로 수교국을 속속 잃어 17개 나라와만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만은 유럽에선 유일하게 바티칸과 수교를 맺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바티칸과 중국의 국교정상화가 이뤄지면 대만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