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LG전자의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 3월22일 7년 만의 최고가인 11만4500원(장중)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19일 이보다 40.43% 낮은 6만8200원에 장을 마쳤다. 약 6개월간 변변한 반등 한번 못하고 속절없이 하락했다.

이 와중에 공매도 투자자들의 ‘타깃’까지 됐다. 지난 17일 오후 시장에 “LG전자가 전장부품(VC)사업을 포기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18일 장중 4.87% 하락하는 등 크게 출렁거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 소문을 홍콩 등에 근거지를 둔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퍼뜨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8일 LG전자의 공매도 거래량은 10만1538주로 전날(2만3796주)의 4.26배에 달했다.

LG전자는 어떤 이유로 공매도 세력의 ‘사냥감’이 됐을까. 증시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낭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연말 퇴사가 예정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계열분리 과정에서 VC사업을 달라고 요구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18일 조정의 빌미가 된 VC사업 포기설도 이 같은 시나리오가 그럴싸하게 포장된 것”이란 게 정보기술(IT)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설명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증시에서 VC사업의 성장 기대로 프리미엄을 인정받았다. 증권업계에선 “VC사업을 떼어낸 LG전자는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가전기업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다 근본적인 약세요인으로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지목된다. 3분기 실적시즌을 앞두고 증권업계에선 LG전자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9일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LG전자의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VC 부문의 영업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스마트폰(MC) 부문도 적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IT 기업이 공매도 세력에 휘둘리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공매도 세력은 지배구조 개편의 불확실성과 실적 악화라는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공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럴 리 없겠지만 LG전자가 공매도 탓만 하고 있으면 시장에서 반등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라며 “빠른 결단과 탄탄한 실력을 결과로 보여주는 정공법만이 위기 돌파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한때 대량 공매도로 어려움을 겪던 셀트리온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상당수 공매도 세력이 손을 떼고 항복 선언을 한 게 좋은 사례”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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