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국 대통령' 재선 유력…"중국경제 의존 심해질 듯"
몰디브 경제, 중국에 종속되나…"일대일로 빚 눈덩이"
오는 23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둔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가 파키스탄 등처럼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투자로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몰디브가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차관을 중국에서 들여옴에 따라 정치·경제적으로 중국에 사실상 종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9일 로이터통신과 현지 언론 등이 미국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의 보고서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몰디브는 중국에 13억달러(약 1조4천600억원)의 빚을 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관광 외에는 수입원이 없는 인구 44만명의 몰디브 경제를 고려하면 엄청나게 큰 액수라고 할 수 있다.

몰디브는 중국에서 빌린 돈을 도로와 다리 건설, 공항 확장 등에 쓰고 있다.

CGD는 이 같은 금액은 몰디브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일대일로 투자와 관련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만 따진다면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심한 셈이다.

영국에 망명 중인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로이터통신에 몰디브가 중국에 진 빚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25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CGD의 연구원 스콧 모리스는 이 같은 빚과 관련해 "다른 나라 정부가 (몰디브에서) 지배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도 이런 분위기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피치와 무디스 모두 몰디브의 국가신용등급에 대해 '투자 등급 미달'이라고 판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무디스의 아누슈카 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 (몰디브의) 빚이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13년 집권 후 친중국 노선을 걷는 압둘라 야민 대통령은 이 같은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야민 대통령은 최근 몰디브국립대 강연에서 "국제사회는 몰디브가 빚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다른 해외투자도 유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야민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적 대부분이 감옥에 갇혀 있거나 해외 망명 중이라 선거가 여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몰디브 정부는 최근에는 외신 취재를 막기 위해 외국 기자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기도 했다.

앞서 야민 대통령은 올 2월 대법원이 나시드 전 대통령 등 야당인사 9명의 재심과 석방 등을 명령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테러 및 부패 혐의로 체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45일간 비상사태를 유지하면서 야당인사들의 복권을 막고 대법원 구성을 여당에 우호적으로 바꿨다.

이에 국제사회는 야민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몰디브가 중국 경제에 더욱 휘둘리면서 정치적 위험까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은 지난 4월 나시드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허용을 몰디브 정부에 촉구했다.

미국도 이달 초 몰디브 정부에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면서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