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트럼프의 '다이아몬드 안보동맹'… 일본·인도·호주 손잡고 '中 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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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대일로에 견제구 날린 美
인도·태평양 1억1300만弗 투자
폼페이오 "안보에 3억弗 지원"
'비동맹 외교' 전통 강한 인도
미국 新아시아전략의 핵심 변수
인도·태평양 1억1300만弗 투자
폼페이오 "안보에 3억弗 지원"
'비동맹 외교' 전통 강한 인도
미국 新아시아전략의 핵심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新)아시아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빠른 속도로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천명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호주는 물론 인도와도 손잡고 안보와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구상이다.
미국 정부는 올해 5월 71년 역사의 태평양사령부 간판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꿔 달았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달 30일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의 팽창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맞서 ‘인도·태평양 경제비전’을 발표했다. 우선 ‘종잣돈’으로 1억1300만달러(약 1200억원)를 낸 뒤 펀드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4일 동남아시아 순방 중에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해 3억달러를 내겠다고 밝혔다. 관세 전쟁, 남중국해 군사 갈등에 이어 아시아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아베가 구상하고 트럼프가 띄워
인도·태평양 전략의 공식 명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6년 아프리카개발회의에서 꺼낸 아이디어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이 항행의 자유, 법의 지배, 공정한 무역을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여기에 힘을 실은 건 트럼프 대통령이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전략인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전략을 폐기한 뒤 대안을 모색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첫 아시아 순방에서 새 아시아 전략으로 인도·태평양 구상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이후 인도·일본·호주와 두 차례에 걸쳐 인도·태평양 구상 관련 실무회의를 했다. 언론에선 ‘쿼드 블록(quad bloc: 4각 동맹)’ 또는 다이아몬드 동맹이란 말이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이 밝힌 인도·태평양 경제비전과 안보기금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특히 미국이 이 지역에 신규 투자하기로 한 1억1300만달러는 에너지(5000만달러), 인프라(3000만달러), 디지털 경제(2500만달러) 등의 발전을 위해 투입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월 태평양 연안 국가의 경제공동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뒤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경제 비전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번 펀드 조성 계획은 이런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우는 효과가 있다.
아직 펀드 규모에선 중국과 비교가 안 된다. 일대일로는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의 약 60개국을 아우르며 투자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투자액에 비하면 (미국이 약속한 투자액은) 0.01%에 불과한 수준이라 ‘경쟁이 안 된다’는 게 안팎의 평가”라고 전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투자는 착수금 성격”이라고 했다. 여기에 일본과 호주도 곧바로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인도·태평양 펀드’ 규모는 지금보다 커질 게 확실하다.
◆중국 포위하는 ‘쿼드 블록’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도·태평양 전략의 타깃이 중국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미국도 굳이 이를 숨기지 않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도·태평양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 국가에 상환 불가능한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고 인프라 운영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절대 지배적인 지위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그걸 추구하는 그 어떤 나라에도 반대할 것”이라며 중국을 정면 겨냥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선임정책기획관도 브리핑에서 일대일로에 대해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이자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를 위한 구상”이라고 각을 세웠다.
미국은 곳곳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정조준해 지난달 대규모 관세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 1일엔 미국의 기술수출 통제 대상에 중국 군산복합체 관련 기업과 연구소 44곳을 추가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지난 6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일대 해군 연합훈련인 림팩(RIMPAC)에 중국이 참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남중국해에선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시로 펴고 있다. 미 의회도 지난 1일 중국의 미국 내 투자 억제, 대만과 군사협력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을 가결했다.
◆인도가 미국 전략의 핵심 변수
인도·태평양 구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인도다. 전통 우방 관계인 일본, 호주와 달리 인도는 미국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13억 인구를 지닌 세계 7위 경제대국이다. 2030년쯤엔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으로선 인도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과거 냉전시대 때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당시 적대국이던 중국과 손잡았다. 이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인도와 가까워지려 하고 있다.
인도가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인도는 지난해 6~8월 도카라(중국명 둥랑)지역에서 중국과 국경분쟁을 겪었다. 여기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파키스탄 등 주변국에서 영향력을 키우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힘을 보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과거 냉전시대부터 서방과 동구권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는 비동맹 외교를 해온 전통이 강하다. 지금도 중국 주도의 아시아 경제공동체인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6월 아시아안보정상회의에서 일대일로의 부작용을 비판하면서도 “(인도·태평양 구상은) 특정 국가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행보도 미국의 ‘아시아 새판 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은 남중국해 여러 섬을 두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도 강한 지역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가시화되자마자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변 국가에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청와대는 딱 부러진 방침을 내놓지 않았지만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선택의 기로에 서는 순간이 곧 닥칠 수도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미국 정부는 올해 5월 71년 역사의 태평양사령부 간판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꿔 달았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달 30일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의 팽창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맞서 ‘인도·태평양 경제비전’을 발표했다. 우선 ‘종잣돈’으로 1억1300만달러(약 1200억원)를 낸 뒤 펀드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4일 동남아시아 순방 중에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해 3억달러를 내겠다고 밝혔다. 관세 전쟁, 남중국해 군사 갈등에 이어 아시아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아베가 구상하고 트럼프가 띄워
인도·태평양 전략의 공식 명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6년 아프리카개발회의에서 꺼낸 아이디어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이 항행의 자유, 법의 지배, 공정한 무역을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여기에 힘을 실은 건 트럼프 대통령이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전략인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전략을 폐기한 뒤 대안을 모색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첫 아시아 순방에서 새 아시아 전략으로 인도·태평양 구상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이후 인도·일본·호주와 두 차례에 걸쳐 인도·태평양 구상 관련 실무회의를 했다. 언론에선 ‘쿼드 블록(quad bloc: 4각 동맹)’ 또는 다이아몬드 동맹이란 말이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이 밝힌 인도·태평양 경제비전과 안보기금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특히 미국이 이 지역에 신규 투자하기로 한 1억1300만달러는 에너지(5000만달러), 인프라(3000만달러), 디지털 경제(2500만달러) 등의 발전을 위해 투입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월 태평양 연안 국가의 경제공동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뒤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경제 비전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번 펀드 조성 계획은 이런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우는 효과가 있다.
아직 펀드 규모에선 중국과 비교가 안 된다. 일대일로는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의 약 60개국을 아우르며 투자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투자액에 비하면 (미국이 약속한 투자액은) 0.01%에 불과한 수준이라 ‘경쟁이 안 된다’는 게 안팎의 평가”라고 전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투자는 착수금 성격”이라고 했다. 여기에 일본과 호주도 곧바로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인도·태평양 펀드’ 규모는 지금보다 커질 게 확실하다.
◆중국 포위하는 ‘쿼드 블록’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도·태평양 전략의 타깃이 중국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미국도 굳이 이를 숨기지 않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도·태평양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 국가에 상환 불가능한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고 인프라 운영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절대 지배적인 지위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그걸 추구하는 그 어떤 나라에도 반대할 것”이라며 중국을 정면 겨냥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선임정책기획관도 브리핑에서 일대일로에 대해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이자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를 위한 구상”이라고 각을 세웠다.
미국은 곳곳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정조준해 지난달 대규모 관세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 1일엔 미국의 기술수출 통제 대상에 중국 군산복합체 관련 기업과 연구소 44곳을 추가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지난 6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 일대 해군 연합훈련인 림팩(RIMPAC)에 중국이 참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남중국해에선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시로 펴고 있다. 미 의회도 지난 1일 중국의 미국 내 투자 억제, 대만과 군사협력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을 가결했다.
◆인도가 미국 전략의 핵심 변수
인도·태평양 구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인도다. 전통 우방 관계인 일본, 호주와 달리 인도는 미국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13억 인구를 지닌 세계 7위 경제대국이다. 2030년쯤엔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으로선 인도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과거 냉전시대 때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당시 적대국이던 중국과 손잡았다. 이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인도와 가까워지려 하고 있다.
인도가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인도는 지난해 6~8월 도카라(중국명 둥랑)지역에서 중국과 국경분쟁을 겪었다. 여기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파키스탄 등 주변국에서 영향력을 키우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힘을 보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과거 냉전시대부터 서방과 동구권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는 비동맹 외교를 해온 전통이 강하다. 지금도 중국 주도의 아시아 경제공동체인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6월 아시아안보정상회의에서 일대일로의 부작용을 비판하면서도 “(인도·태평양 구상은) 특정 국가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행보도 미국의 ‘아시아 새판 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은 남중국해 여러 섬을 두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도 강한 지역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가시화되자마자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변 국가에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청와대는 딱 부러진 방침을 내놓지 않았지만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선택의 기로에 서는 순간이 곧 닥칠 수도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