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전 미래신용정보 부사장(61·사진)이 13일 부산신용보증재단 제9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3년. 경남 사천 출신인 이 신임 이사장은 경남고와 연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부산울산경남본부장을 거쳐 KEB하나은행 부산울산본부장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여 혁신성장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 규제개혁 1호 격인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가 여당 내 강경파의 반대로 일단 무산돼서다. 이런 자중지란의 결과는 아랑곳하지 않고 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규제 개혁안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여기에 더해 현 여당이 야당 시절 무산시킨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프리존법 같은 혁신성장 법안의 도입과 개정까지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준비 안 된 확언이 무산되는 일들이 반복되면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상실은 물론이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대통령으로 희화화되는 촌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여당 내 반대파를 청와대로 불러 설득한 후에 규제 개혁안을 발표해도 늦지 않다.문 대통령이 내놓는 개혁안은 여간해서는 추동력을 갖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그동안 발표된 거의 모든 규제 개혁안은 이전 정부에서 지금의 여권이 반대했던 사안들이란 점에서다. 야당 시절 반대한 것에 대한 한마디 설명 없이 그 반대했던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니 여당 내에서도 설득이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도 집권 후 확 달라진 정책적 접근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더 본질적인 문제는 왜 과거 정부가 이런 개혁에 번번이 실패했는지에 대해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에 있다. 문 대통령은 데이터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를 꼽으며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한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거론했다. 그런데 그런 산업을 키우겠다면서 공유차량이나 공유숙박업소의 허용을 약속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경쟁 환경을 초래하는 혁신의 도입이 어려운 것은 기존 이해 집단의 반발과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권이 결탁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창조적 파괴의 혁신들을 봉쇄해온 지대추구 체제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돌파하려면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아닌,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외에는 대안이 없다. 역대 정부는 이런 규제개혁을 이해집단 간 타협 아니면 공무원 집단에 위임해 왔기 때문에 언제나 목소리 큰 이해집단이 승리해 왔다.성공적인 규제 개혁은 장기적이고 치밀한 준비와 단합된 정부를 전제로 한다. 문 대통령은 내부의 개혁 반대파를 제압할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가. 같은 당의 의원도 설득하지 못하는 태도로는 깨뜨릴 수 있는 규제 카르텔이 아니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도 이미 하락세를 타고 있다. 머지않아 총선이 다가오는 점도 시간이 별로 없음을 말해 준다.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정부가 주장하는 상품시장의 규제 개혁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국가 경제를 되살리는 수단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상품시장의 규제 개혁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 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문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돈이 벌릴 가능성이 낮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소위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오는 노동시장의 규제 강화이며, 공정경제 정책은 시장이 ‘갑’들에 의해 왜곡되고 착취되는 구조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다 보니 무차별한 관치의 확대와 경영권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투자의 위험은 반(反)시장 정책들에 의해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 상품시장의 규제 개혁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노동시장 규제와 기업의 지배구조 위협, 그리고 증세정책이 모든 산업에 영향을 주는 ‘대들보 규제’라면 일부 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상품시장 규제 개혁은 그야말로 ‘티끌’ 수준이다.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대들보 규제를 놔두면서 작은 규제 한두 개 제거한다고 경제가 반등할 수 없다. 기업인과 투자자들이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는 경제를 이루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설파하는 규제 개혁은 공무원들 서류상의 개혁으로 머물 것이다. 상충하는 반시장 정책들로 인해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줄 모르면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라는 말을 흔히 한다. 데이터에서 추출한 지식으로 부(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전에는 구할 수 없던 데이터를 값싸게 구할 수 있고 그 데이터를 가공해 지식을 창출하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스마트 기술이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데이터의 양산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람들의 움직임과 생각이 전에 없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디를 방문했고 무엇을 먹었는지 디지털 흔적을 남기고 있고, 트위터와 언론 기사의 댓글을 통해 정치적 성향을 표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센서 값이 싸지면서 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데이터까지 스트리밍되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사용자의 움직임, 빛과 자외선, 자기장, 기압, 온도, 습도, 지문, 홍채, 심장박동 등을 측정할 수 있는 19가지 이상의 센서가 밀집돼 있다. 이런 센서는 사물에 부착돼 계속적으로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바이오기술은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비롯한 생체 정보의 홍수 시대를 열고 있다.발전하는 데이터 가공, 지식 추출 기술데이터에서 지식을 추출하는 가공기술 또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사진에서 사물을 식별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은 이미 사람 눈의 성능을 추월했고 자연어를 인식하는 수준은 귀의 성능에 근접했다. 이제는 사진에서 감정을 읽어내거나 목소리에서 감정과 성격을 식별하는 기술까지 개발되고 있다. 비정형 데이터에서 지식을 추출하는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그런데 데이터산업은 어떤 식으로 발전할까. 데이터라는 원유를 사용자에게 직접 파는 거래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아이오타(IOTA)의 데이터 거래시장을 보자.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블록체인으로 데이터를 사고파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기후, 공기의 질, 토지 상태, 도시의 교통 흐름 등의 자료가 IOTA라는 암호화폐를 통해 거래된다. 암호화폐라는 지급 방식에 의해 센서가 만들어내는 극소량의 데이터에도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블록체인으로 안전하게 거래하는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새로운 토큰 경제의 한 예다.기업과 정부가 수집하는 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규제로 쉽게 거래하거나 활용할 수 없다. 그러나 원유만 갖고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원유를 정제해야 청정하고 효율 높은 에너지가 나오고, 다른 성분과 혼합해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다양한 원천의 데이터를 결합할 때만이 데이터의 가치가 커진다. 이런 개인정보의 거래는 최근 유럽의 강력한 개인정보법인 GDPR과 같은 법으로 규제받고 있다. 개인정보 비식별 데이터의 거래를 허용하더라도 공공부문의 데이터 거래는 원활해질 수 없다. 그 이유는 첫째, 많은 양의 데이터를 규제에 저촉되지 않도록 비식별화하는 것에는 충분한 법률적 지식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는 이런 데이터 비식별화를 할 수 있는 지식과 자원이 없다. 둘째, 거래에 참여할 유인책이 없다. 데이터를 가공해서 부를 축적하는 곳은 민간부문이지만 국가기밀 유출이나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면 공공부문은 그 비난과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데이터 공여 행위에 대한 긍정적인 동인이 적고 부정적인 결과의 책임만 존재하는 한 공공부문이 정보 제공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하나의 문제는 데이터에서 지식을 추출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가공하고 지식을 추출하려면 통계와 인공지능, 데이터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그런 전문가가 일반 기업과 공공부문에 많지 않다.경제개발 초기 종합상사 역할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데이터 거래소와 데이터 브로커 산업이다. 원본 데이터를 규제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가공하고 지식을 추출하는 전문인력이 밀집된 새로운 조직과 기업이 필요해진 것이다. 미국, 일본, 중국에서는 이런 조직을 정부가 권장해 우후죽순처럼 출현하고 있다.한국 경제 개발 초기에는 해외시장을 개척할 외국어에 능하고 무역거래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무역을 전담하는 종합상사에 무역 인력을 집중해 경제개발에 성공한 것과 같은 이치다. 데이터 거래소와 브로커 기업들은 데이터의 거래와 지식 추출, 데이터 생성과 파괴에 이르는 과정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술적, 법률적 지식이 응집된 새로운 에이전트 기업이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미래를 확신하고 데이터가 ‘21세기의 석유’라는 말을 믿는다면 경영자들은 데이터 거래소와 브로커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