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KAIST 총장이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핵심 특허기술 이전 설명회’에서 행사 기획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KAIST 제공
신성철 KAIST 총장이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핵심 특허기술 이전 설명회’에서 행사 기획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KAIST 제공
대학들의 특허 이전 방식이 확 바뀌었다. 코엑스 등의 전시공간을 빌려 ‘세일즈 행사’를 열고 담당 교수가 직접 나서 특허의 산업적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특허를 사들인 기업이 원하면 1년 이상 ‘애프터 서비스’도 해준다. 특허가 필요한 기업이 제 발로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했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허 세일즈 나선 KAIST

KAIST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8 KAIST 핵심 특허기술 이전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행사로 주요 기업 연구개발(R&D)담당 임직원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KAIST가 추린 올해의 특허는 모두 6개로 바이오, 나노,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와 관련된 기술이다.

기업이 손쉽게 현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올해 선보인 특허들의 공통점이다. KAIST는 ‘대표 특허’를 뽑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내부 공모 행사를 열었다. 변리사와 벤처캐피털, 사업화 전문가 등 15명 내외로 구성된 심사단의 자문과 평가도 거쳤다. 기업의 선택지를 줄여주기 위해 내부에서 미리 ‘예선전’을 치렀다는 설명이다.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특허로는 김민혁 전산학부 교수의 ‘초분광 카메라 기술’이 꼽혔다. 초분광 카메라는 가시광선 영역(400~700㎚)과 근적외선 영역(700~1000㎚) 파장대를 수백 개의 구역으로 세분해 촬영하는 기기다. 김 교수는 나노 구조 패턴이 형성된 투명전극을 활용해 카메라의 품질을 높였다.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저해상도 영상을 고해상도 영상(4K UHD)으로 바꿔주는 김문철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의 기술 역시 기업의 수요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신경망 구조를 활용해 초당 60프레임의 UHD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김민혁 교수와 김문철 교수의 특허 기술은 8월31일부터 지난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전시회(IFA 2018)에도 소개됐다.

◆특허와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

인체가 가지고 있는 면역 시스템이 암세포를 없애도록 유도하는 ‘면역 활성화 항암치료제’를 소개한 최병석 화학과 교수, 미생물을 이용해 바이오연료 등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인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등도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대학에 잠자고 있는 특허를 민간 기업에 빨리 넘겨야 한다”며 “특허 수요자인 기업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전시회를 통한 세일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KAIST도 특허 기술 이전 설명회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행사에서 김일두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선보인 ‘고정확도 사물인터넷(IoT) 나노섬유 가스센서’ 관련 특허는 9억9000만원에 팔렸다. 명현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내놓은 ‘자율주행을 위한 위치인식 및 맵 작성 기술’ 역시 3개 회사에 분할 판매돼 2억6400만원을 받았다.

KAIST는 특허 소유권만 파는 게 아니다. 기술을 이전받는 기업의 R&D 자산과 새로 사들인 특허를 어떻게 연계할지 관련 전략을 짜주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도 소개해 준다. KAIST의 특허가 기업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배경이다. 지난해 특허를 판매한 명현 교수는 회사당 2~3개월씩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김일두 교수는 여전히 특허를 사들인 회사의 R&D에 참여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