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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언의 데스크 시각] 통상전쟁이 중국을 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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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언 국제부장
    [김수언의 데스크 시각] 통상전쟁이 중국을 깨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요하게 중국을 때리고 있다. 그는 그제 “또 다른 2670억달러 규모의 상품도 ‘관세전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관세 족쇄를 채울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500억달러어치의 중국 상품에 25% 관세를 물렸고 20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카운트다운 단계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방정식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했다. 무역 불균형 문제를 넘어 중국의 패권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겉으로 드러나는 싸움의 판세는 미국 쪽으로 상당히 기울었다. 통상전쟁이 격화한 뒤 미국과 달리 중국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고 위안화 가치도 곤두박질쳤다. 중국 정부의 대응 수단도 갈수록 줄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칼로 무 자르듯 승자와 패자를 분명하게 나누기 어려울 때가 많다. 지금의 미·중 통상전쟁이 왠지 그런 사례가 될 것만 같다.

    '기술 격차' 각성하는 중국

    미·중 통상전쟁을 대하는 중국인의 태도는 복합적이다. 웨이보 등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리더십을 비난하는 일반 중국인들의 글이 많다. 목소리가 크지는 않지만 중국 정부 책임론도 제기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1인 체제를 확립한 뒤 ‘곧 미국을 앞설 것’이라며 체제 선전을 강화한 게 갈등을 키운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와 같은 기업들의 인식이다. 마화텅(馬化騰) 텐센트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중 무역 갈등은 중국 기술·산업계에 미국과의 기술력 격차를 일깨워줬다”며 자성의 말을 쏟아냈다. 그는 “중국은 기술 능력에서 뒤처져 있고 이게 번영의 토대를 흔들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중국 기업들의 이 같은 반성은 미국 제재로 존폐 위기에 섰던 ZTE 사례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는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4월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되자 미 부품 및 기술을 활용하지 못해 도산 직전까지 갔다. 벌금과 보증금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내고 이사회와 경영진을 교체하고서야 제재를 면제받는 수모를 겪었다.

    기술혁신에 명운 거는 中 기업

    미국은 통상전쟁의 총구를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 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 견제에 맞춰 놓았다. 첨단 기술 제품들이 처음부터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 이유다. 중국 기업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탈취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의 강한 견제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기술 독립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조짐이다.

    지난 6월 리샤오(李曉) 중국 지린대 경제·금융대학원장의 졸업식 축사는 중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리샤오의 축사는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에 어떤 의미이고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가’를 제대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이 해야 할 일들을 설명한 그는 “기술 분야의 자주적 혁신과 시스템 제도 혁신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중 충돌은 ‘힘 싸움’으로 최소 50년, 심지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미·중 통상전쟁 와중에 중국 기업인과 지식인의 냉정한 현실 인식과 각성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눈앞의 통상전쟁이 아니라 그 다음이 걱정스럽다. 한·중 기술 격차는 안 그래도 좁혀질 대로 좁혀진 마당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리샤오의 연설문을 일독했으면 한다.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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