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주일여 만에 다시 2300선을 내줬다. 5일 코스피지수는 23.95포인트(1.03%) 내린 2291.77로 마감했다. 미국의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제품 관세 부과 이슈와 인도네시아로 신흥국 위기가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일 때 증권사 모델 포트폴리오를 참고해 투자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에 대한 증권사의 종합적인 시각이 반영돼 있고, 한 달 단위로 성과를 추구해 지금처럼 단기 트레이딩이 필요한 상황에 알맞기 때문이다.
◆반등 대비, 경기민감업종 비중 확대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9월 모델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 LG화학, 삼성SDI, 현대자동차 등 경기민감업종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KB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의 9월 모델 포트폴리오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가장 많은 7개 증권사가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14.16%에서 이달 18%로 가장 큰 폭으로 삼성전자 비중을 늘렸다. 이어 LG화학(5개) 삼성SDI(4개) 현대차(4개) CJ제일제당(3개) KB금융(3개) 셀트리온(3개) 순으로 비중을 확대한 증권사가 많았다. 증권사들이 경기민감업종 비중을 늘린 것은 증시 반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증시가 바닥권에 있는 만큼 앞으로 하락보단 소폭이나마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대비해 정보기술(IT)과 경기소비재 업종 비중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GS건설은 5개 증권사가 비중을 줄였고, 두산인프라코어(5개) SK하이닉스(5개) 한국금융지주(3개) 현대해상(3개) 휠라코리아(3개) 에쓰오일(3개) LG이노텍(3개) 등이 뒤를 이었다. GS건설, 휠라코리아, LG이노텍 등은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가운데 추가 상승 없이 횡보하고 있어 비중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맥스 등 소비주 신규 편입

증권사 모델 포트폴리오는 기관투자가의 자산 운용을 돕기 위해 매달 작성된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모델 포트폴리오는 투자 전략, 시황, 계량분석, 각 기업분석 애널리스트의 정량·정성적 의견을 종합해 종목을 선정하고 비중을 정한다”며 “보통 1개월 성과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증권사 추천 종목과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모델 포트폴리오 가운데 비중 확대·축소 종목과 신규 편입·제외 종목은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와이즈에프엔 관계자는 “각 증권사의 모델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과 신규 편입 종목을 살펴보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어떤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포트폴리오에서 증권사들은 코스맥스와 한온시스템, 대한해운, 두산, 송원산업, 스튜디오드래곤, 호텔신라, KT 등을 새로 담았다. 모두 두 곳 이상 증권사가 신규 편입한 종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지만 중국 관련 소비주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원산업은 업황 호황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장윤수 KB증권 연구원은 “송원산업은 작년부터 업황이 좋았지만 환율과 원재료 가격 등의 요인 때문에 많이 오르지 못했다”며 “외부 요인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3분기부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는 현대모비스와 우리은행, 오뚜기, 롯데정밀화학, 두산인프라코어, 대한유화, 금호석유 등은 9월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화학업체가 대거 빠진 것은 업황 정점 통과 논란 때문으로 보인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화학업종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며 “최근 업황 호황에 업체들이 투자를 늘리면서 수익성이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