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엔 양도차익과세 배려하고
'주가주도 내수 진작' 정책도 고민해볼 만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우선 소상공인 숫자가 너무 많다. 그리고 대부분 한계상황에서 ‘먹고살 게 없어서’ 뛰어들었다. 고만고만한 식당에 프랜차이즈 아니면 구멍가게가 주류다. 차별화도 전문성도 거의 없다. 그저 길목 장사다. 그러니 임대료를 주면 남는 게 없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상공인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아이스크림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시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맛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가 널려 있다. 이들만 찾아다니는 동호회도 많다. 현실적으로 취업인구의 25%를 차지하는 560만 명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가 안정돼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소상공인과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은 ‘영세(?) 주식투자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거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증권계좌 숫자는 놀랍게도 2600만 계좌다. 복수 계좌가 많아 실제 투자자 는 이보다 적을 것이지만 아무튼 엄청난 인구다. 이 중에서 70~80%가 수백만원에서 1억원 사이를 굴리는 속칭 ‘개미’들이다. 전업투자자도 상당수지만 대부분 월급쟁이, 주부, 심지어 학생까지 인생역전을 노리며 투잡(two-job)을 뛰고 있다.
하지만 개미투자자의 90%는 손해를 본다. 더러는 부채까지 짊어지고 패가망신한다.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때문에 망한다고 하소연하지만 개미들은 소리 없이 죽어간다. 그러나 개미가 없으면 자본시장은 올스톱이다. 영세 자영업자가 취업인구의 25%를 흡수하는 것처럼 시장 유동성 공급의 상당 부분을 개미들이 맡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은 거래의 50%를 개미들이 기여한다. 특히 정부가 강한 육성 의지를 가지고 있는 코스닥시장은 거래의 80%를 개미들이 담당한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이후 개미들은 패닉 상태다. 비트코인 시장에서 깨지고 바이오에 물리고, 이제는 무역전쟁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영세 투자자들에게 온정(?)의 손길은 없다. 오히려 불로소득을 노리는 노름꾼이나 투기꾼 취급을 받기 일쑤다. 여기에 당국은 거의 모든 자본거래에 양도차익과세를 확대하고 있다. 내년 4월에는 파생상품에 전면 시행된다. 요즘 인기를 끄는 해외 투자도 양도세에다 환차익 과세, 종합금융소득 합산으로 실익이 없다시피하다. 또 2021년 4월부터는 종목당 3억원 이상 투자엔 양도세가 부과된다. 큰손들의 주식시장 참가가 어렵게 됐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막히면 시중에 넘치는 돈은 어디로 갈까? 풍선효과로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지 걱정이다. 물론 양도차익 과세는 선진국에서 대부분 시행하고 있어 불가피하지만 손익의 차감이나 장기투자에 대한 합리적인 배려가 바람직하다.
최근 국내 소비 침체가 심화하는 것도 이런 영세 투자자의 몰락과 무관치 않다. 부동산은 올라도 바로 현금화돼 소비로 전환되기 힘들지만 주가 상승은 그야말로 현금자동인출기(ATM) 효과를 낸다. 주가가 오르면 당장 그날 저녁 ‘치맥’이 더 팔린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서민과 청년의 꿈을 빼앗아간다고 하지만 주가 상승은 우리나라 기업의 전체 가치를 올린다. 국부 효과가 탁월하다.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큰소리치는 것도 호경기와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가가 배경이다.
물론 주가는 경제의 결과물이다. 경제가 몸통이고 주가는 꼬리다. 그러나 이제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도 성장의 결과인 소득을 역으로 앞세워 성장을 견인하자는 이론이다. 논란이 많지만 종합 처방 중 하나로 시도할 만하다. 그렇다면 증시 활성화, 즉 꼬리를 흔들어 몸통을 움직이는 ‘주가주도 내수 진작’ 정책도 고민할 가치가 있다. 왜 주가가 거시경제의 ‘선행지표’인지 곰곰이 씹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