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부품 생산비중 대응책 수립 분주…제2공장·R&D센터 설립 힘들듯
美에 유리한 나프타 개정… 멕시코 기아차, 생산비 상승에 '울상'
미국과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개정에 잠정 합의하면서 멕시코에 진출한 기아차가 시름에 빠졌다.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의 역내 부품 사용 비율이 높아진 데다 고임금 근로자가 생산하는 부품 비중 등이 높아지면서 생산비용 상승 요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기아차 멕시코 법인에 따르면 법인 측은 한국 본사와 함께 미국과 멕시코가 나프타 개정 잠정 합의안을 정밀 분석하면서 향후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2016년 9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생산공장을 준공한 기아차는 올해 연말 기준으로 연간 29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중 60%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20%는 멕시코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나머지 20%는 중남미 등 세계 70여 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멕시코가 잠정 합의한 나프타 자동차 부문 개정안이 미국에 유리한 내용이 많아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차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미 수출 차량의 생산비용이 올라가고 중장기적으로 생산이나 부품 조달 측면에서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서다.

아직 최종 서명에 앞서 세부 실무 협상이 남아있지만 큰 틀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기아차가 장기적으로 검토한 멕시코 제2공장 건설이나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분석된다.

나프타 자동차 부문 개정 초안을 보면 양국은 무관세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역내 부품 사용 비율을 기존 62.5%에서 75%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시간당 16달러 이상 받는 근로자가 생산해야 하는 부품 비중도 40∼45%로 규정했다.

두 합의안 모두 미국이 자국에 있는 자동차 업체와 부품사가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멕시코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히 주장해온 사안이다.

역내 생산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사용 비율도 기존의 30%대에서 70%로 높아졌다.

기아차는 현재 현대제철로부터 70%, 멕시코 현지업체로부터 30%를 각각 공급받고 있다.

앞으로 철강·알루미늄 공급선을 현지업체로 변경해도 생산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아차가 원하는 수준의 품질이 보장될지는 미지수다.

기아차는 내부적으로 역내 부품 사용 비율을 충족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지만, 시간당 16달러 이상 받는 근로자가 생산하는 부품 비중이 낮아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전략 수립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본사 차원에서 고임금 근로자 생산 비중 규정을 충족하려고 미국에 있는 현대·기아차 공장과 동반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 등이 생산하는 고가의 핵심부품을 수입하는 방안을 비롯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멕시코산 자동차의 연 수입량이 240만대를 넘을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국가안보' 관세를 부과하기로 멕시코와 잠정 합의했다.

자동차 부품 수입량이 연 900억 달러를 넘을 경우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작년 기준으로 멕시코 자동차 업계가 180만대를 수출한 상황이라 아직 60만대의 여유 물량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미 수출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아차 멕시코 법인 관계자는 "현재 본사의 지휘 아래 협상 내용을 공유하며 협의 중"이라면서 "멕시코 법인 차원이 아닌 본사에서 최선의 대응책을 도출하기 위해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