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습관 개선되지 않으면 주52시간 근무 선순환 어렵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는 질문을 이따금씩 받는다.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 주요 내용의 하나인 주 52시간 근로제가 지난 7월1일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일자리 로드맵이 발표됐고, 근로 여건 개선은 우선적인 노동정책 기조와 방향이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장시간 근로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고, 휴일근로를 포함한 만성적인 장시간 근로에 사회적으로도 경고등이 이미 켜진 상태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최장 근로시간 국가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고 국민 휴식권을 보장하는 한편 근로자의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성 향상으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희망할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일하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번 개정 법률을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이유다. 정부 역시 고민한 듯 점진적, 선별적 시행 방침으로 접근했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장단점을 두고 다양한 논쟁이 오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경영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 등에서는 본 법률 시행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부분과 그에 따른 폐해에 관해 좀 더 준비했어야 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를 공감시키는 마법 같은 해법은 불가능하겠지만 본 제도 기획의 근본 목적이라는 대명제하에서 최적의 해법을 도출할 수 있는 출발점을 찾아봐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확정된 후 대기업들은 유연근무제나 PC오프제 도입 등 근로방식을 어떤 형태로 바꿀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선행적으로 혹은 동시에 근로자 개인 영역의 변화를 통해 관련 이해집단 모두의 공통분모를 풀어보는 다소 역설적(逆說的)인 접근 방법을 이제는 고민해볼 때가 됐다.

첫째, 근로자 개인의 직장과 일상의 삶 속에서 스스로가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좋은 습관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훈련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의 근본 틀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삶의 질 및 패턴 자체가 먼저 개선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주 52시간 근로제의 효과적 정착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고 낡은 것을 버리는 폐기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리더십의 대가인 랜스 세리탄은 혁신의 출발점은 폐기학습이며 이를 통해 굳어진 지식과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폐기학습은 줄어든 근로시간 속에서도 이전보다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상의 업무와 프로세스 가운데 무엇을 버리고, 통폐합하고, 조정해야 할지를 자연스럽게 알려줄 것이다.

결국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주 52시간 근무를 정부가 도입했지만, 외형적인 제도나 근무 방식 변화에 선행해 개인 스스로 삶에서의 나쁜 습관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조직의 낡은 지식과 관행에 여전히 묶인 채 관성의 지배를 받아 대책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원성의 목소리로부터 우리 모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한준기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