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대형기 등 항공기 50대 확보… 유럽·北美 노선 서비스"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은 2025년까지 유럽과 북미 노선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단거리 노선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LCC업계에서는 “이르면 3년, 늦어도 10년 안에 국내 항공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LCC 6곳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항공운송면허 허가를 기다리는 신규 항공사만 4~5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재빨리 노선을 다변화하고 항공 시장에서의 경쟁을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2025년까지 대형기 등 항공기 50대 확보… 유럽·北美 노선 서비스"
내년부터 B-737 MAX 10대 도입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사진)은 23일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2025년까지 대형기 10대를 비롯해 총 50대의 항공기를 확보할 예정”이라며 “회사를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 국내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LCC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티웨이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미국 보잉사의 B737-800 20대다. B737-800은 항속거리가 5765㎞인 기종으로 LCC업계에서 일본·동남아시아 등 단거리용으로 주로 쓰인다.

정 사장은 “B737-800은 올해 4대를 추가 도입하는 등 꾸준히 보충하고 내년부터는 보잉의 B-737 MAX를 순차적으로 10대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B-737 MAX는 중거리용 기종이다. B737-800보다 운항거리는 1074㎞, 운항시간은 약 1시간25분 길어 인천에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중앙아시아까지 운항할 수 있다. 2025년부터는 국내 LCC 최초로 중·대형기를 도입해 유럽, 미주 등 장거리 노선에도 취항한다는 구상이다. 정 사장은 “2025년까지 총 50대의 비행기를 갖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단일 기종(B737-800)을 기반으로 단거리 노선에 집중했던 기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티웨이항공 국제선 승객은 2015년 108만 명에서 지난해 328만 명으로 2년 새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04만 명이 탑승해 지난해 실적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차별화된 노선으로 승객 확보 주력

새 기종 도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영업력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국내 LCC 가운데 영업이익률 1위에 오른 비결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티웨이항공의 영업이익률은 13%로 제주항공(9.8%)과 진에어(10.9%)보다 높았다.

업계는 티웨이항공이 일본 노선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삿포로, 오키나와 등 일본에서 9개 도시, 16개 정기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LCC 가운데 일본에 가장 많은 노선을 보유한 항공사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항공사가 일본에 많은 취항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일본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티웨이항공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했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노선을 개척한 사례도 있다. 2015년부터 운영한 대구∼오사카∼괌 노선이 대표적이다. 대구공항에서 오사카에 도착한 뒤 대구에서 태운 승객 일부를 내리고 괌으로 가는 승객을 추가로 싣는 구조로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한다. 정 사장은 “일본을 경유해 괌으로 가는 노선을 선보인 건 업계 최초”라며 “일본에서 괌 여행 수요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티웨이는 다른 LCC보다 앞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로프스크, 일본 사가 등에 취항했다.

인천공항이 아니라 지방 공항을 허브로 활용해 국제선 수익성을 끌어올린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티웨이항공은 2014년 대구공항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4년 만에 대구공항 국제노선 점유율을 57%까지 끌어올렸다. 티웨이항공 진출에 힘입어 2014년 153만 명에 불과했던 대구공항 이용객 수도 지난해 356만 명으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현재 티웨이항공이 운영하는 정기노선은 인천·김포 26개, 대구 13개, 광주·무안·제주·부산 등 8개다.

역발상으로 비용 절감, 수익 창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CC업계에서는 비용 절감과 수익성 극대화 방안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역발상’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선 ‘LCC는 인력을 최소화하고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채용 인원을 늘렸다.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정비사를 대거 채용해 항공기 가동률(하루 중 항공기 운항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고정비용이 줄고 수익은 증가했다. 2010년 208명이던 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654명으로 8배가량 증가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에만 400여 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LCC는 기내식 서비스를 줄여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상식도 깼다. 정 사장은 기내식 종류를 제육덮밥, 불고기덮밥, 산채비빔밥 등 20가지로 늘렸다. 예약만 하면 ‘치맥(치킨+맥주)’과 ‘오떡김(어묵+떡볶이+김말이)’도 맛볼 수 있다. 정 사장은 “기내식을 다양하게 준비했더니 유료 기내식에 대한 승객의 거부감이 줄었다”며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티웨이의 효자 수입원이 됐다”고 했다.

촘촘한 안전 관리 시스템

항공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2016년 10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국제항공안전평가(IOSA) 스탠더드 매뉴얼 9th Edition’ 인증을 취득하고 국제 표준 수준의 항공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IOSA 인증은 2년마다 IATA로부터 갱신받아야 하며 심사 때마다 강화된 평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IATA는 IOSA 평가 과정에서 한 항목이라도 지적 사항이 나오면 이를 보완하기 이전에는 인증을 유보한다. 티웨이항공은 해당 기준에 따라 안전관리·항공보안·운항통제·운항·정비·객실·운송·화물 등 총 8개 분야 900여 개 항목에 대한 수준을 관리하고 있다.

B-737 MAX 기종 도입에 대비해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함께 승무원 교육에도 나설 방침이다. 내부 항공안전 관리시스템(TOPS)을 꾸준히 관리하고 개발해 안전운항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출발 비행자료 분석을 통해 비행 중 나타날 수 있는 잠재 위험 요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안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