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23일 오전 4시49분

[마켓인사이트] '협업·내실·글로벌'로 외식업체 보유한 PEF들 매각가치 더 높인다
2011~2014년 인수합병(M&A)시장의 인기 매물이던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인수한 사모펀드(PEF)들이 고민에 빠졌다. 인수 후 사업 확대와 경영 효율화를 거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할 시점이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경쟁 과열 등으로 매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PEF들은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전략을 쓰고 있다.

2011년 한식 외식업체 놀부를 1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MS PE)는 신생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다소 진부해진 놀부의 브랜드 가치 되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놀부는 최근 외식업체 월향과 가칭 ‘서울의 맛’이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전략적 제휴를 하기로 했다. 월향은 2008년 막걸리 전문점으로 시작해 생선회, 돼지구이, 샤부샤부, 두부요리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10개 브랜드와 700여 곳 매장을 보유한 놀부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최신 외식 트렌드를 이끄는 월향의 개성을 결합해 새로운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놀부가 이미지를 개선하면 매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인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경영 안정성을 높여 내실을 다지는 것도 PEF의 주요 전략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2013년 인수한 할리스커피의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IMM PE는 2016년 할리스커피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각액을 둘러싸고 인수 후보들과 인식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120억원을 들여 경기 파주에 연간 1700t의 원두를 로스팅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우는 등 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판매시점 정보관리(POS) 시스템 구축 등에도 1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안정적 원두 처리는 비용 변동성을 줄여 수익성을 높여준다”며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갖췄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 PE)도 2014년 매드포갈릭을 인수한 뒤 매장을 35곳에서 40곳으로 5곳만 늘렸다. 실적이 나쁘거나 상권이 겹치는 점포 9곳을 정리하고, 광화문D타워와 용산아이파크몰 등 핵심 상권에 14곳을 새로 열었다.

2016년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로부터 한국버거킹을 인수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는 작년 10월 롯데GRS가 갖고 있던 일본버거킹 마스터프랜차이즈 가맹사업권을 따냈다. 일본 시장에서 고전 중인 일본버거킹에 한국식 노하우를 접목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외식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주 52시간 근무제로 매출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며 “PEF들은 각각의 외식업체에 맞는 가치 올리기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