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위(자산 규모 기준) SK그룹의 해운 계열사인 SK해운은 최근 합병설과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물적분할을 했지만 실적 회복 속도가 예상치를 밑돌고 있어서다. 해운 운임은 물동량이 많은 연중 최대 성수기인 3분기를 맞아 ‘반짝’ 상승 중이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주 한 차례 발표되는 컨테이너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17일 891.83으로 7월20일(793.76) 이후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올해 평균치(790.90)는 여전히 작년보다 37.7% 낮은 수준이다.

국제 유가 상승도 해운업계를 긴장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선박에 주로 쓰이는 벙커C유 가격은 이달 t당 450달러로 지난 1분기(370달러)보다 21.6% 상승했다. 해운업은 유류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한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공급 부족 등으로 내년에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로 지금보다 30달러가량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며 몸집 불리기 경쟁에 나선 것도 국내 해운업계엔 부담이다. 대형 선박을 통해 1TEU(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당 운송비용을 낮춰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과 중소형 해운사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글로벌 해운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머스크(덴마크)와 MSC(스위스) 코스코(중국) CMA CGM(프랑스) 하파그로이드(독일) ONE(일본) 에버그린(대만) 등 선복량(적재량)이 100만TEU 이상인 해운사는 7곳으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75.7%에 달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운송비용을 절감하면 운임이 떨어져도 버틸 여력이 생긴다”며 “글로벌 해운사들이 앞다퉈 선박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설명했다.

규모 경쟁에서 밀리는 한국 해운업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의 글로벌 순위는 11위(41만782TEU)에 불과하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국적 해운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