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판매…"돈 있어도 못 사"
롤렉스 산하 브랜드까지 잘 팔려
7월 하루 예약받은 광주 신세계百
고객들 몰려 출입문 박살나기도
롤렉스가 돈이 있어도 못 사는 시계가 됐다. 매장에 물건이 없다. 롤렉스를 사기 위해 전국 백화점을 찾아다니는 이들도 생겼다. 운 좋게 구하면 순식간에 수백만원의 웃돈을 붙여 중고시장에서 거래된다. 중고가가 신품 가격보다 더 높은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롤렉스, 무조건 선착순
‘롤렉스 품귀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데는 대부분의 롤렉스 매장이 판매 방침을 바꾸면서 비롯됐다. 지난 5월 ‘웨이팅’ 제도를 폐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웨이팅 제도는 일종의 예약제로, 최저 1000만원 이상의 시계 라인 전부를 매장마다 갖춰 놓지 못하기 때문에 생겼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예약금과 함께 예약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다.
시계업계 관계자는 “웨이팅 방식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제품을 수요에 따라 시차를 두고 적절하게 이동시키면서 판매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남미와 북유럽 등에 재고로 남아 있는 시계를 수요가 몰리는 아시아와 미국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재고 관리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 글로벌 경제가 호황을 보이면서 롤렉스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잘 안 팔렸던 지역에서도 롤렉스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웨이팅 제도가 없어지게 된 이유다. 웨이팅 제도가 사라지면서 롤렉스의 국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지난달 2일 광주광역시 신세계백화점에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백화점 1층 출입구 유리문이 박살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원인은 롤렉스 매장이었다. 이 백화점의 롤렉스 매장은 7월 중 이날만 웨이팅을 받기로 했다는 공지를 띄웠고, 이를 본 전국의 롤렉스 마니아들이 한꺼번에 출입문으로 몰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중고가 신품보다 더 비싼 롤렉스
롤렉스 대란이 벌어지자 롤렉스가 ‘투자 상품’으로 변했다. 인기가 높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틸 제품들의 중고 가격이 먼저 치솟았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았던 화이트골드 등으로 번지고 있다. 시곗줄에 골드와 스틸이 섞인 ‘오이스터 GMT-마스터 II’ 모델은 백화점에서 160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지만 중고가는 2300만원까지 치솟았다. 중고사이트 관계자는 “중고가라 정확한 가격은 없지만, 이 모델의 경우 2200만원에 내놓으면 바로 팔린다”고 했다. 해당 모델을 운 좋게 사기만 하면 600만~700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롤렉스 품귀 현상이 지속되자 롤렉스의 자매 브랜드 ‘튜더(Tudor)’의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다. 튜더는 롤렉스 창업자가 만든 또 하나의 시계 브랜드로 케이스를 롤렉스와 공유한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롤렉스의 절반 정도다. 한 시계 마니아는 “튜더는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았지만 롤렉스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튜더를 대안으로 찾고 있다”고 했다. 튜더는 지난달 2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통해 한국에 처음 진출했다. 롤렉스는 한국 면세점과 백화점 등에서 매년 3000억원가량의 시계를 팔고 있다.
김재후/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