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유통업체인 신메이(神明)가 중국에 쌀 수출을 본격화한다고 아사히신문이 어제 보도했다. 수출하는 쌀은 고급 품종인 ‘고시히카리’로 내달부터 중국 주요 백화점과 일본계 슈퍼체인에서 판매된다. 소매가격은 2㎏에 2500엔(약 2만5300원)으로 중국산(産)의 7~8배다. 일본 현지 시세보다도 2~3배 높다. 신메이는 2025년까지 중국 수출물량을 연 1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농협인 JA전농 등은 조만간 중국 수출용 쌀 도정능력을 연 7000t에서 연 2만t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의 쌀 수출이 늘게 된 것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중국 쌀 시장 개방 노력 덕분이다. 세계 최대 쌀 소비시장인 중국에 수출 가능 물량을 늘려달라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농업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쌀 산업 경쟁력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수출과 품질 고급화로 활로를 열어가고 있는 일본 농업의 역동성이 돋보인다.

일본은 쌀 위주의 농업, 농민의 고령화 등 한국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지만 끊임없는 규제개혁과 혁신으로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쌀값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보전해주는 변동 및 고정 직불금제를 과감히 폐지했다. 높은 관세로 보호받고 있는 쌀농사에 보조금까지 주면 농민들이 안주(安住)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토지 소유와 농업 규제를 풀어 민간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했다. 그 결과 연 2만4000t(2016년 기준)의 고(高)품질 쌀을 홍콩 싱가포르 등 30여 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쌀농사 경쟁력이 강해졌다. 농업의 경쟁과 혁신을 유도하기보다는 각종 보조금으로 정부 의존도를 더 높이고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농업은 신(新)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구글, 도요타,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첨단 식품공장인 ‘스마트팜’ 운영과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농업의 진입 문턱을 낮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일본은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처럼 보조금에 의존하고 쪼그라들고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국 농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